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보궐선거가 5파전 구도를 확정했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개혁 저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갈등 봉합보다는 대정부 투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받은 결과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 김택우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등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번 선거는 앞서 탄핵된 임현택 전 회장을 이을 신임 회장을 뽑는 것으로, 선거는 내년 1월 2~4일에 치른다.
의협 선거 규정에 따라 입후보자는 5개 이상 지부에서 최소 50명, 총 선거권자 500명 이상 추천을 받아야 한다. 당초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장은 후보로 등록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차기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 모두 '투쟁'과 '의료계 단합'을 강조한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정투 투쟁기조가 한층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후보군 중 유일한 의대 교수인 강희경 후보는 정부와 의료개혁 관련 토론회를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 토론회에서도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는 등 대안 제시보다는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었다. 특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와 국민이 무시 못 할, 모두가 참여하는 함께하는 의협, 힘 있는 우리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투쟁의지를 내비쳤다.
다른 후보들도 강경파로 거론된다. 김택우 후보는 지난 2월 출범한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료계 투쟁을 이끌어 왔으며, 이동욱 후보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임현택 전 회장과 함께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주수호 후보도 강경파로 평가된다. 주 후보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대정부 투쟁 조직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올 초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아 연일 정부를 비판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최안나 후보는 임현택 전 회장과 함께 총무이사 겸 대변인, 기획이사로 의협을 이끌어오며 대정부 투쟁 일선에서 활동했다.
차기 의협 회장은 전임 임현택 회장이 갖은 막말과 전략 부재로 탄핵당한 만큼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투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협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고려해 투쟁 노선 확장을 위해선 근거에 기반한 대화와 설득으로 내부 결속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김택우 후보는 이날 출마 회견에서 데이터에 근거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응을 통해 의료계 입장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2025학년도 의대 정시 예비 합격자 수 1배수 제한, 2026년도 정원 유예 후 2027년 이후 증원 논의 등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한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