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털 나는 '늑대인간 증후군'… 부모 탈모치료제 때문?

다모증을 가진 영유아.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AP/뉴욕포스트 캡처
다모증을 가진 영유아.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AP/뉴욕포스트 캡처

마치 늑대인간처럼 온 몸에 털이 자라는 다모증 원인이 부모의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스페인에서 나왔다.

최근 미국 뉴욕포스트는 스페인 매체 '엘 에코노미스타'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스페인 북부 나바라 약물 안전 감시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 전역에서 영유아에게서 '늑대인간 증후군'(의학적 명칭 '다모증')이 발병하는 사례가 총 11건 보고됐다.

중세 이후로 문서화된 사례가 100건도 채 되지 않는 희귀 질환이었으나,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1건이 보고된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모유를 먹기 시작한 한 아기에게서 두 달간 다모증 증상이 나타나면서 보건 당국은 실태 조사에 나섰다. 가족 상담을 통해 아기의 아빠가 바르는 미녹시딜(5%)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버지가 탈모(안드로젠탈모증) 치료를 중단하자 아기의 몸에 비정상적으로 자랐던 털은 모두 사라졌다.

보건 당국은 “해당 사례 외에 다른 사례에서도 양육자들이 국소적으로 바르는 미녹시딜 용액 사용을 중단했더니 아기들 몸에서 자랐던 털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센터는 보고서에서 부모가 바른 미녹시딜이 피부나 입을 통해 자녀에게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기가 약이 묻은 부모의 손가락을 빨거나 그 간접적으로 접촉해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녹시딜은 고혈압치료제이자 안드로젠탈모증 치료제이다. 섭취하는 경구약과 환부에 직접 바르는 외용제가 있다.

아이들의 다모증은 부모가 미녹시딜 사용을 중단하면서 사라졌지만 보건 당국은 “이 약에 노출되면 심장과 신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녹시딜은 고혈압에도 사용되는 혈압 강하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프랑스에서 한 어린이가 부모가 집에 놓아 둔 미녹시딜을 잘못 섭취해 빈맥과 저혈압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