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도망친 20대 남성이 새끼 고양이와 함께 루마니아 설산에서 발견됐다.
최근 AP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마라무레슈주 산악 구조 서비스는 지난 6일 루마니아 카르파티아 산맥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블라디슬라브 두다(28)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두다는 심각한 저체온 상태였으며 품 속에는 태어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 '피치'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구조대 책임자 댄 벵가는 AP에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고양이었다. 자신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고양이의 따뜻한 체온이 그의 목숨도 구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의 정상 체온은 섭씨 37.2~39.2도로 사람의 체온보다 따뜻하다. 그가 구조된 지역은 눈이 두껍게 쌓여 있는 척박한 곳이었으며, 영하 10도씨에 달하는 추운 날씨 탓에 구조된 것이 천운이다.
두다는 우크라이나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중 러시아와의 전쟁에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다와 고양이 모두 영양실조 상태였지만 목숨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는 루마니아 산악 지역에서 구조된 최초의 고양이가 됐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징집을 피해 도망친 우크라이나 남성이 발견된 것은 두다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루마니아 산악 지역 마라무레슈주에서는 현재까지 160명이 구조됐으며 해가 갈수록 수가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발견된 사망자만 16명에 달한다.
벵가는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인이 다수 발견되고 있지만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경우뿐”이라고 말했다. 본국으로 송환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움 요청조차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4월 병역 대상 연령을 기존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장기간 이어진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해지고 기존 병사들까지 지쳐가면서 병사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탈영 관련 소송은 약 6만건 제기됐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발생한 탈영병 수보다 많은 수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