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증시 연중 최저·환율 급등

코스피 2400선 붕괴 연저점
원·달러 환율 1440원 근접
당국 시장 개입 불가피 전망

국회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증시를 이탈하면서 코스피는 2%, 코스닥은 5% 넘게 하락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1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시가총액은 나흘간 약 140조원이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1440선 목전까지 오르며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무제한 시장 안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탄핵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탄핵정국' 속에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는 평가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11시 53분경에는 1438.3원까지 상승했다. 장중 고가 기준 2022년 10월 26일(1432.4원) 이후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증시도 휘청이고 있다.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 코스닥은 34.32P(5.19%) 내린 627.01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3일(종가 기준) 이날까지 나흘만에 시가총액은 144조원 가량 증발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당시만 해도 외국인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던 것과는 달리 이날 들어서는 개인의 매도세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1911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이 이날 하루만에 순매도한 금액은 코스피 8890억원, 코스닥 3021억원에 이른다.

개별 종목도 일제히 약세다. 개별 종목 단위로 총 1271개 종목이 이날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블랙먼데이 당시 1357개사가 신저가를 기록한 뒤 126일만의 최다 신저가 기록이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외환시장과 국내 증시는 지속 하방 압력에 노출될 전망이다. 특히 심리적 저지선인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을 위협하기 시작한 만큼 당국 시장 개입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시안정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개선방안도 관계기관 협의를 마무리해 12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이 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왼쪽)이 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