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몸의 다람쥐가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무언가 하고 있습니다. 도토리라도 찾은 걸까요? 먹이를 물곤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입에 물고 있는 먹이는 열매가 아닌 '쥐'였습니다.
이 장면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지역에서 서식하는 '땅다람쥐'가 쥐를 사냥하는 모습입니다. 이 행동을 연구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오클레어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지난 6~7월 사이 땅다람쥐의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두 설치류가 서로 부딪치는 장면이 74건이 있었는데, 이중 42%는 땅다람쥐가 들쥐를 사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관찰된 땅다람쥐의 사냥 활동은 들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와 겹치지만, 땅다람쥐는 들쥐 외에 다른 동물은 사냥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동물행동학 저널에 해당 연구 결과를 게재하며, “땅다람쥐의 이런 행동은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냥 하는 행동이 땅다람쥐 사이에서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부모로부터 새끼에게 어떻게 전해지는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해선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연구진은 내년 여름, 현장에서 다시 다람쥐들의 행동을 관찰할 계획입니다.
이창민 기자 re34521@etnews.com
다람쥐가 쥐를 잡아먹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