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7C2216편 참사로 수많은 한국인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이 사고로 태국인 2명도 포함돼 고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태국 매체 사눅 · 카오솟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 희생자인 태국 대학생 A씨(22)는 방콕대학교 4학년으로 졸업을 단 3개월 앞두고 있는 대학생이었다.
승무원을 꿈꾸던 그는 평소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새 가정을 꾸린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제주항공 2216편에 탑승했다.
어머니는 딸을 맞이하기 위해 무안국제공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반가운 딸의 얼굴 대신 믿을 수 없는 비보만 전해 듣게 됐다.
고향에 있는 가족은 A씨의 어머니를 통해 처음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A씨의 삼촌은 “어머니(A씨의 할머니)는 A를 키운 분이다. 매일같이 울고 있다”며 “후속 조치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가족들이 한국에 가기로 했다. A의 남동생은 소식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콕대학교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고로 숨진 A씨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고, 게시글에는 추모 댓글 수천개가 달렸다. A씨는 대학교 입학 당시 장학금을 놓고 경쟁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태국 출신의 사망자 B씨는 한국인 남편과 함께 고향을 방문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B씨의 아버지(77)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진 사고 승객에 내 딸이 포함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뉴스에서만 봤다. 막내딸(B씨)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화해보고 나서야 알았다”며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었다”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B씨는 한국인 남편을 만난 뒤 일년에 한 번씩 고향을 방문해 머물다 갔다고 한다. 12월 초 남편과 함께 고향을 방문한 B씨는 남편을 먼저 돌려보낸 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일하며 번 돈 1만 바트(약 43만원)를 마을 상조회에 내라고 건네주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픈 친척을 태워다 주느라 딸을 데려다 주지 못해 서운했을 것”이라며 “딸은 1만 바트가 넘는 돈을 마을 상조회 비용으로 쓰라며 건넸다. 이 돈이 마지막 돈이 될 줄 몰랐다. 딸의 장례 비용으로 쓰이게 될 줄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로 자국민 2명을 잃은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에게 애도를 전했다. 또한 태국 외교부에 태국인 유족을 신속히 돕고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관련 사항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