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트럼프 2.0 시대, 기후테크 패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대형 은행들이 글로벌 은행 연합체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금융권까지 국제사회에 선언한 기후 약속을 뒤집는 형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라는 게 인간의 행위로 인해서 초래됐다'는 '유엔 기부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부정하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가 수십년에 걸쳐 입증한 기후변화의 현대적 담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파리기후협정을 재탈퇴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 해방'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화석연료 생산 확대' '석유·가스 시추 허가 절차 간소화' '재생에너지 보조금 철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부 미국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프로그램 등에서 빠져나가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2001년 부시 행정부의 교토의정서 탈퇴를 경험한 상당수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파리협정을 탈퇴한 2016년 이후 탈탄소 계획을 고수했다. 전기차 경쟁력을 갖춘 토요타 프리우스 등에 미국 안방을 포함해 전기차 시장 패권을 내준 미국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했다.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 또한 친환경 리더십을 유지했다.

트럼프 2기, 미국 정부는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인상하고 기후규제를 완화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대내외 환경변화는 감안하되, 흔들림 없이 기후테크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 부재는 한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에는 고부가가치 기후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