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2주도 남지 않자 덴마크가 통치 중인 그린란드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덴마크 왕실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돌연 새로운 왕실 문장을 공개했다. 새롭게 공개된 문장에서는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서있는 북극곰이 이전보다 대폭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 왕실은 “지난해 12월 20일 새 왕실 문장을 제정하고 이에 상응해 새 왕실 깃발을 도입했다”며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강조한 새 왕실 문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페로제도(숫양)와 그린란드(직립 북극곰)는 각각 자체 필드를 얻었다. 가장 오래된 문장을 가진 페로 제도를 두 번째 필드에, 상대적으로 최근 문장이 생긴 그린란드는 세 번째 필드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정부도 나서 그린란드가 사고 팔 수 있는 매물이 아니며, 독립하더라도 미국 장치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7일 현지 TV2 방송에 출연해 “덴마크 정부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점을 아주 명확히 하겠다. 그린란드 총리가 이미 말했듯 판매 대상이 아니”라며 “그린란드의 미래를 결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린란드뿐”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튿날 공식 석상에 나선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그린란드가 자체적인 야망이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이라며 “그 야망이 실현되면 그린란드는 독립하겠지만 미국의 연방주가 되겠다는 야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스무센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극해에서 중국과 러시아 활동 증가에 따른 안보상 이유로 그린란드 매입을 주장한 것에는 '정당한 우려'라며 이와 관련한 협력 확대에 대해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정면 대응하는 대신 외교적 설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된 곳이다. 자치정부법에 따라 그린란드는 주민 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정학적 가치, 경제적 잠재력이 높은 그린란드를 이전부터 노려왔다. 1기 정부인 2019년 그린란드의 매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당시 덴마크와 외교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그는 2024년 자신의 당선이 확정되자 그 야망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에도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 발언은 논란이 됐다.
또한 그는 그린란드 주민이 독립과 미국 편입을 투표로 결정할 때 덴마크가 방해하면 높은 관세를 부과해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광'을 목적으로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찾으면서 덴마크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지 매체에 “여기 오게 돼 정말 기쁘다. 이 엄청난 곳을 보려고 관광객으로 왔다. 아버지가 그린란드의 모두에게 인사를 전해달라셨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발언 수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체는 “2019년 그의 발언에 그린란드(그리고 이를 통치하는 덴마크)의 대부분 사람들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발언은 진지해 보인다. 그의 주장이 거세짐에 따라 그린란드인들은 당혹감과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