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공정위 이통사 담합 심결임박…규제 충돌, AI 투자동력 저하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전자신문DB)
공정거래위원회(전자신문DB)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동통신사 담합의혹건 제재 심결이 다음주부터 시작된다. 2023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통신 카르텔 척결 발언 이후 본격화된 공정위 조사는 2년만에 결론을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최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추정 가능하도록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후 공정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한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정부부처간 규제권한 문제, 인공지능(AI) 투자동력 등 문제를 놓고 시장에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정당한 법집행 여부

이번 심결에서 핵심 쟁점은 이통사의 불법·담합여부 판단이다. 공정위와 이동통신사는 완전히 상반된 시각을 드러낸다.

이동통신시장은 전기통신사업법과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410) 등에 의해 규율된다. 특히 단통법은 휴대폰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목표로 제정됐다. 2014년 단통법 제정 이전 이통사가 특정 시기·장소에 따라 과도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부 이용자에만 혜택을 주고 나머지 이용자에는 비싼 가격으로 휴대폰을 판매해 '호갱(호구고객)'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동일기종 휴대폰 판매가격이 가게마다 달랐던 것이다.

방통위는 단통법 주무부처로서 시장을 관리할 구체적 장치를 만들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일부 시장 관리 권한을 위임, 이통 3사와 시장관리 상황반을 만들도록 하고 번호이동이 과열될 경우 불법지원금, 장려금 지원 소지가 없는지 점검하고 관리했다. 판매장려금은 30만원 가이드라인을 뒀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 자체를 '공동행위'로 보는 시각이다. 이통 3사가 내부 정보를 공유하면서 장려금 상한선을 임의로 정하고 번호이동 규모를 조정했다고 본다. 공정위는 방통위 행정지도를 벗어난 행위만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담합으로 인한 이익이 2015년~2022년간 최대 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이통 3사는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상황반 운영은 방통위 지시에 따라 진행됐으며, KAIT는 단순 민간협회가 아니라 정부 업무를 위탁하는 법적 대리인 지위에 있다. 이통사는 방통위의 법집행에 대해 개별적으로 순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수차례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결과 정부를 배제한 임의적인 논의나 공동행위는 없었다”며 “법률적으로 담합이 성립할 수 없으며, 원천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권한 충돌

이번 사건에서 근본적으로 정부의 규제권한은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단통법 위헌법률 심판에서 헌법 제10조(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제37조, 제75조를 인용해 합헌 판결했다. 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75조는 정부가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실행하기 위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한다.

단통법은 일반적 거래질서에 비해 휴대폰 시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제정된 특별법이다. 지난달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방통위의 통신시장 규율 의무를 보다 명확하게 규율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근거해 방통위의 관리·감독 하에 이뤄진 번호이동 순증감 및 판매장려금 허용범위 결정은 정당한 법 집행과정이라 판단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이라는 하나의 근거로만 판단하는 것은 합헌 판결을 받은 단통법과 주무부처로서 방통위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투자동력 저하 우려

법률·행정적 쟁점 이외에도 산업적 쟁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신시장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휴대폰판매·망구축 위주 경쟁에서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720조원 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프랑스는 유럽AI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85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통사들도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AI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과도한 과징금은 AI에 국가적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핵심 인프라 구축 역할을 담당하는 이통사의 역할에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ICT785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이 AI로 넘어가는 시점에 AI에 필요한 방대한 투자가 필요할 때 수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게 투자하는게 맞느냐”며 “패러다임이 변화하는데 재원 부족하다면, 우리나라 경제 산업이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AI 주무부처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한것은 안된다”며 “합리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기업 부담이 과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통사는 정당한 단통법 집행·준수 행위에 대한 조사와 제재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6일과 내달 5일로 예정된 공정위 심결 이후에도 행정소송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도 소모적 논쟁과 사회적 비용 발생이 우려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