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정부, 산업부에 특사경 도입… “기술유출하면 개발비까지 배상”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제76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제76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반도체 등 첨단산업기술 유출 범죄가 계속되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산업통상부에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주고, 처벌 수위도 피해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입한 비용까지 포함하는 등 대폭 상향키로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9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제76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주재하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현황 및 대응 방향,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안), 국가핵심기술 수출 심사 간소화 실적 등을 심의·의결했다.

회의에는 기존 위원회 당연직 부처뿐 아니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방위사업청 등 수사·기소를 전담하는 핵심 기관이 대거 참석해 범정부 차원의 공조 체계 가동을 공식화했다.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반도체 핵심 인력의 잇따른 해외 이직과 기술 유출 위험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사전 방어망 구축부터 사후 징벌적 제재까지 망라한 전방위 대책을 꺼내든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경제적 타격'을 극대화한 사후 제재 방안이다. 정부는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대상을 대폭 확대해 유출로 얻는 이익보다 벌금 등 불이익이 훨씬 크도록 제도를 뜯어고친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액 산정 시 피해 기업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원천 비용을 최소 기준으로 명시, 범죄의 동기를 뿌리째 뽑겠다는 방침이다.

조·수사 기관과의 밀착 공조를 기반으로 수사망도 한층 촘촘해진다. 산업부에 기술유출 범죄를 전담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도입해 부처 자체의 조·수사 능력을 고도화하고, 신속한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한다. 재판 과정에서도 법원이 산업부에 산업기술 해당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대법원과 협의해 양형 기준 상향 및 벌금 양형 신설을 공론화해 유출범이 법망을 가볍게 빠져나갈 구멍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해외 자본을 통한 우회적인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사전 보호망도 넓힌다. 심사 대상을 기존 외국인의 국내 법인·단체 인수합병(M&A)뿐 아니라 해외법인 매각 및 철수까지 확대해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막는다. 보안 취약지대로 꼽히는 중소기업과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기업이 개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 규정도 신설한다.

핵심 인재 이탈 방지를 위한 유인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모색하고, 이직 여부 확인을 위한 정보 제공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상의 과제들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및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또 현재 수립 중인 '제6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의 발표 시기를 연내로 1년 앞당겨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반영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기술유출은 국가와 기업이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적한 산업 경쟁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국가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다”며 “법 개정안 발의와 종합계획 발표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대한민국 첨단기술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