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을 견디다 끝내 세상을 등진 경산 고교생의 사연이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 학생은 유서에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CCTV 설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CCTV 추가 설치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우리 아이를 학교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위급 상황에서는 비상 신고, 고민이 쌓일 때는 대화 통로가 되어 주는 앱이 있다.
◇괴롭힘 당할 때 바로 알리세요
유니쿼크가 이달 말 출시할 `행복지킴이`는 자녀 위급 상황 시 모든 내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부모에게 알린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만질 필요가 없다. 납치·폭행 상태를 자동으로 판단해 부모에게 알린다.
아이 몸에 가해지는 충격량과 신체 방향의 급격한 변화, 부위별 충격량을 분석해 상황을 판단한다. 30개 행동패턴 시나리오로 실제 위급 상황인지, 아이 장난인지 구별한다. 아이보다 키가 큰 상대 얼굴을 담기 위해 상향 촬영하는 등 꼼꼼하게 신경 썼다. 안헌일 대표는 “아이의 구체적 행동을 기대할 수 없는 위급 상황에서 자동 통보가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교육청이 만든 `학교폭력 SOS`도 폭력을 당할 때 비상 신호음이 울리며 등록 전화번호로 연락이 간다. 친구들이 어른들 몰래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욕과 협박을 하며 괴롭힌다면 `학교폭력 멈춰` 앱이 도움이 된다. `돈 내놔`나 `죽는다` 같은 학교 폭력이 의심되는 문자나 카카카톡 메시지가 오면, 이를 감지해 보호자 이메일과 문자로 알려준다.
◇터놓고 얘기하면 고민 풀려요
학교 폭력으로 말 못할 고민에 빠졌을 때 교사나 부모, 전문 상담가에게 터놓고 얘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학교 SNS `클래스팅`에는 익명 상담방이 있다. 현직 교사가 만든 SNS라 학생 마음에 더 파고든다.
스마트폰 메신저도 학교 폭력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음 마이피플에는 학교 폭력 고민을 상담하는 `상다미쌤`이 있다. 전문 상담사들이 직접 상담한다. 4개월 만에 2만5000명이 넘는 청소년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스마트폰이 CCTV로
SNS 집단지성을 활용한 실시간 학교 폭력 추적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폭력 없는 우리 학교` 앱은 폭력 피해자나 주변 사람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면 위치 정보가 교사와 학부모 등에 실시간 전달된다.
제보 내용은 데이터베이스로 쌓여 지자체나 교육당국 관련자가 학교 폭력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앱을 개발한 이영환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는 “가족과 사회의 참여로 학교 폭력 정보를 쌓고 해결책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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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