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처음 출시된 폴크스바겐의 대형 SUV `투아렉(Touareg)`은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안전성으로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9년에는 디젤 모델로는 처음으로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11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해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특히 2011년에는 1, 2, 3위를 모두 휩쓸어 SUV 마니아들에게 말 그대로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해 글로벌 판매량이 35만대를 넘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투아렉은 2010년 정제된 우아함을 모토로 한 2세대 모델로 변신했다. 폴크스바겐은 2세대 모델을 2011년 한국 시장에 출시한 이후, 편의기능과 안전성을 강화한 2013년 신모델을 지난해 연말부터 판매하고 있다. 2013년형 투아렉 V6 3.0 TDI 모델을 통해 폴크스바겐의 플래그십 SUV를 체험해 봤다.
투아렉의 외관은 화려하고 공격적인 모습보다는 친근하고 우아함이 깃든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차체 전면에 걸쳐 통일성 있게 적용된 수평 라인은 폴크스바겐만의 패밀리 룩을 완성한다. 보면 볼수록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쉽게 질리지는 않을 법하다.
이탈리아 고급 가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내부 인테리어도 운전자에게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계기판 중앙의 LCD 디스플레이는 주행거리, 연비, 외부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대형 SUV답게 공간도 넉넉하다. 뒷좌석 시트를 앞뒤로 이동할 수 있어 탑승자의 무릎 공간은 이전 모델보다 3배나 길어졌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투아렉 V6 TDI 모델에는 8단 변속기가 탑재됐으며, 최대 엔진출력은 240마력(4000~4400rpm)이다. 최대 토크는 56.1㎏·m(2000~2250rpm)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7.8초다.
실제 출발 시에는 무거운 차체가 튀어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파워가 느껴진다. 온로드에서는 노면과 하나가 되어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을 선사했다. 급회전에도 쏠림이 별로 없을 만큼, 안정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비포장도로에서 투아렉을 주행해보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또 우리나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도심 운전을 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비도 조금 아쉽다. 공인 연비는 10.9㎞/ℓ(복합연비)지만, 도심에서는 많이 떨어졌다. 차량을 꼬리를 무는 오르막길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기름이 줄줄 새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투아렉 2013년형 신모델에는 능동안전 시스템인 피로경보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됐다. 피로경보시스템은 운전 패턴을 모니터링해 급격한 차선 간 이동이나 스티어링이 예상 패턴을 벗어날 경우,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졸음운전 등에 따른 위험 상황을 차량이 능동적으로 예방하는 셈이다. 상위 기종인 V8는 사고가 예상되는 순간 차가 스스로 멈춰서는 긴급 자동제어 시스템도 탑재했다. 강력한 성능으로 오프로드에서 모험을 감행하더라도 탑승자의 안전은 모험하지 않는다는 폴크스바겐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