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PC를 실리콘 반도체를 사용한 어설픈 장비라고 회상할지도 모른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가 기존 반도체 자리를 대신할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26일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과학 기술지 네이처 온라인 사이트에 CNT를 이용한 최초의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정식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구원들은 `세드릭(Cedric)`이라고 부른다.
아직 일반 컴퓨터 성능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한동안 정체를 보였던 CNT 기반 컴퓨터 제작이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들이 서로 연결돼 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의 관 모양을 이루는 신소재다. 강도는 금속보다 100배 높고 전기 전도율은 구리,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와 같다. 가볍고 유연성이 뛰어나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방탄복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활용되는 만능 소재로 주목받는다.
CNT 반도체는 처리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현재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10억개 안팎의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다. CNT는 이를 1조 단위까지 끌어올린다. 트랜지스터 수가 많으면 그만큼 성능이 높아진다. 전도율도 높아 전력 소모는 10분의 1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CNT 트랜지스터는 1998년 처음 나왔지만 이를 회로로 만들고 칩에 집적하기가 쉽지 않아 컴퓨터 개발에 이르지 못했다.
연구진은 독특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각각 CNT 10~200개로 구성된 트랜지스터 178개로 칩을 제작했다. 성능은 아직 1950년대 초기 실리콘 반도체 컴퓨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CNT로 만든 최초의 컴퓨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발에 참여한 대학원생 맥스 슐레이커는 “세드릭은 기존에 탄소나노튜브로 개발된 어떤 장비보다 복잡한 전자제품”이라며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는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CNT가 해결해 더 작은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