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MT2000과 무선인터넷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무선인터넷은 오늘날 통신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 인터넷과 이동전화의 만남에 의해 인터넷의 개념이 무선으로 확장된 무선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그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대표주자는 일본 NTT도코모의 「i모드」서비스. 이 서비스는 작년 2월부터 시작해 현재 1000만명의 가입자를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1400만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선인터넷은 이미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주력서비스로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n.TOP, 한국통신프리텔은 퍼스넷, 신세기통신은 아이터치, LG텔레콤은 이지아이를 각각 내놓고 서비스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국내무선인터넷 인구는 지난 7월말을 기준으로 100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포함한 것이어서 WAP이나 ME방식을 이용하는 실제적인 무선인터넷 인구는 400만명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해 8월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이와 같이 무선인터넷서비스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NTT도코모의 i모드서비스 성공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IMT2000서비스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기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내달 말 신청받는 IMT2000사업권 획득에 모두 나선 상태다. 현재상태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한 이들 모두가 사업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IMT2000 사업기반 강화 차원에서 무선인터넷 사용자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무선인터넷 사용자들을 오는 2002년에 상용화될 IMT2000서비스 가입자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키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IMT2000의 등장은 무선인터넷을 보다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게 확실하다. 기존 이동전화서비스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14.4Kbps로 음성, e메일, 저속인터넷을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나 IMT2000은 최대 2Mbps여서 고속인터넷은 물론 영상전화와 모바일비즈니스까지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IMT2000 서비스의 목표 또한 「글로벌로밍을 위한 범세계 단일표준」에서 「무선환경에서 유선과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서비스」로 변화돼 무선인터넷의 성장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무선인터넷이 IMT2000과 만나면 새로운 유토피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선인터넷의 백미는 IMT2000서비스다. 우리의 현실은 IMT2000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진정한 무선데이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무선인터넷의 활성화 기반은 콘텐츠다. IMT2000 사업경쟁력의 핵심은 콘텐츠에 달려있다. 서킷방식이 아닌 패킷방식의 IMT2000서비스는 콘텐츠의 제공물량을 엄청나게 확대시킬 게 분명해 콘텐츠산업에 일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이 산업육성에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우선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와 상품이 공짜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산업이 성장하려면 열람 정보에 대한 과금이 이뤄져야 한다. 또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 콘텐츠사업자들을 키우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양질의 콘텐츠가 다량으로 공급될 수 있는 산업기반은 콘텐츠업체들이 자금문제에 시달리지 않고 아이디어 상품이 제값을 받고 팔리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동전화사업자와 콘텐츠업체들 간에 적절한 수익배분방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도 팔장만 끼고 있어선 안된다. 이용자들이 요금에 큰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과 데이터 요금체계를 분리하거나 접속시간에 관계없이 패킷당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해 산업기반을 넓히는데 노력해야 한다.

NTT도코모의 i모드는 그냥 성공한 게 아니다. 풍부한 콘텐츠의 제공, 저렴한 서비스요금, 기능의 단순화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도모 등 사업자는 물론이고 CP, 가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비즈니스모델을 정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선인터넷은 어떤 비즈니스모델보다도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사업이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서비스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식으로 시간을 허비해 왔다. 늦었지만 이동전화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는 상생의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둘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제는 분명한 역할분담이 있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