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텔레콤이탈리아, 苦盡甘來

방만한 경영으로 질타를 받아 온 유럽의 거대통신기업 가운데 가장 서둘러 구조개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텔레콤이탈리아가 최근 그 개혁의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일솔레24오레(Il Sole 24 ORE)는 텔레콤 이탈리아의 지난해 4분기 수익이 전년 대비 12%나 증가하고, 고질적인 부채부담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이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성과는 지난해 6월부터 이 회사가 실시해온 광범위한 구조개혁의 결과라는 점에서 유럽의 대다수 기업전문가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통신기업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지만 그간 텔레콤이탈리아는 통신시장 침체와 과도한 채무부담이란 이중고에 시달렸다. 더욱이 이 회사에는 남달리 고질적인 병폐가 있었다. 텔레콤이탈리아를 소유한 컴퓨터 및 사무기기 전문제조그룹 올리베티(Olivetti)가 자신의 막대한 채무이자를 변제하기 위해 과도한 배당금을 요구해온 것이 그 하나고, 그간의 방만한 경영으로 이탈리아와 세계 도처에 있는 자회사의 수가 700여개를 넘는다는 것이 또 하나였다. 이들 자회사의 상당수는 최근의 경기침체로 급속히 부실화했고 이에 따라 텔레콤이탈리아의 실질적인 자산 상태조차 파악하기 힘든 부작용에 시달렸다.

 이처럼 방만한 경영으로 고통받던 텔레콤이탈리아는 지난해 6월 이탈리아의 타이어 제조그룹 피렐리(Pirelli)에 인수되면서부터 구조개혁의 전기를 맞았다. 피렐리와 올리베티, 텔레콤이탈리아의 경영을 한손에 틀어 쥔 현 텔레콤이탈리아의 회장 마르코 트론체티 프로베라가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삭감, 자회사 통합 및 부실사 정리, 올리베티 부채정리를 위한 피렐리 또는 텔레콤이탈리아와의 합병 모색 등 과감한 경영정상화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다.

 우선 텔레콤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필요자산을 매각해 향후 2년간 50억유로의 채무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스페인의 통신미디어업체 AUNA, 프랑스의 뷰그텔레콤, 이탈리아의 스트림TV 등에 대한 일체의 보유자산을 처분해 이달까지 이미 35억유로의 부채상환 자금을 확보했다.

 또한 700개를 넘는 자회사를 350개로 줄이기 위한 회사정리 작업에도 착수, 이미 100여개의 회사가 정리절차에 들어갔다. 더욱이 부실한 자회사에 대한 보유주식 및 채권을 아예 소멸시켜 텔레콤이탈리아의 자산 실태를 명료화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로 인해 약 38억유로의 손실이 일시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한편 프로베라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올리베티의 채무문제로 텔레콤이탈리아가 더이상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올리베티가 보유한 텔레콤이탈리아의 주식을 처분해 빚을 갚게 하거나 피렐리 또는 텔레콤이탈리아와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광범위한 구조개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난해 4분기 텔레콤이탈리아의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유럽 금융계에서는 이를 경영정상화의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텔레콤이탈리아 발행채권 및 주식가격이 동반상승한 것은 물론 드레스드너투자은행 같은 곳에서 이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난마와 같은 텔레콤이탈리아의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이 회사의 구조개혁 모두가 순조롭게만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구조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의 거대통신기업 가운데 텔레콤이탈리아가 처음으로 그 개혁의 성과를 조금씩 가시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