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인프라에서 미국·유럽은 물론 한국보다 낙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이 광섬유서비스(FTTH:Fiber To The Home)망을 앞세워 통신인프라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비싼 통신요금과 NTT의 통신망 독과점 체제에 의해 한국에서와 같은 초고속인터넷 보급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인터넷 인프라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겨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야후가 월정액 2280엔이란 저렴한 가격과 초당 8메가의 초고속 서비스를 무기로 시장에 진입,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ADSL시장에 경쟁이 촉발됐다.
일본내 DSL 가입자수는 지난 3월 한달 동안에만 30만명이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지속, 3월말 현재 237만회선에 이른다. 2월말 현재 139만회선을 넘어선 CATV망을 더하면 400만회선에 육박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린 셈이다. 관계자들은 올해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가 900만회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초당 최고 100Mb가 가능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FTTH망이 새롭게 등장, 일본 인터넷 인프라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총무성 집계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광섬유서비스 가입회선은 아직 1만8000회선에 그친다.
하지만 광섬유서비스망 시장에도 야후와 마찬가지로 도쿄전력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NTT에 도전,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지난해 ADSL시장에서와 같은 붐이 일어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달 말부터 자회사인 통신회사 도쿄츠신네트워크(TTNet)를 통해 도쿄 시내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가정용 대상의 광섬유서비스망 사업을 개시했다. 인터넷 접속요금을 포함해 월 9980엔의 가격을 제시, 앞서 서비스하고 있던 NTT의 월 1만100엔(인터넷 접속요금 별도)보다 낮은 가격정책으로 초기 시장인 광섬유서비스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NTT동일본이 도쿄전력보다 훨씬 싼 가격인 월 5800엔(인터넷 접속요금 별도)인 신상품 ‘B브랫츠·뉴패밀리’를 오는 6월부터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주거집중지역을 타깃으로 8가구 이상이 같은 광섬유망을 이용할 경우 월 3500엔, 16가구 이상의 경우 3000엔으로 서비스하기로 하는 등 일반 주택가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NTT서일본 역시 동일한 신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FTTH망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사업은 NTT그룹을 비롯, 도쿄전력그룹, 유선브로드네트워크, 규슈전력, 간사이전력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부전력이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망사업자들간 가격 인하 경쟁 및 보급 전략에 따라 올 연말에는 FTTH망 가입자가 1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등 일본의 인터넷 인프라 대국으로의 도약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집권당인 자민당은 최근 국가가 지방에 보유하고 있는 광섬유망을 할인된 가격에 통신사업자에게 임대해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통신사업자가 지방에서 광섬유를 사용할 경우 임대료를 도시지역의 반액정도로 제공해 통신사업자의 지방 사업 전개와 신규 시장 진입을 촉진해 FTTH를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