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경영 패러다임이 바뀐다](상)코피티션은 불가능한가

사진; 지난 1월 코리아IT펀드 결성식때 이동전화 3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악수하는 장면. 왼쪽 두번째부터 KTF 남중수 사장,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 LG텔레콤 남용 사장.

 ‘고객과 주주’를 최우선가치로 추구하려는 이동전화 3사의 경영혁신 노력은 가히 총력전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병폐인 과당경쟁은 진흙탕싸움을 연상시킬 정도다. 이동통신 시장에 남아 있는 경영관행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려는 사업자들의 혁신노력을 짚어보고, 이동전화서비스가 가장 ‘서비스’다운 업종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모습을 살펴본다.<편집자>

 

 “지금은 오히려 저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늘 업계의 대승적인 협력을 강조해왔지만 요즘처럼 당위성과 현실의 장벽 사이에서 고민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면 밖에서는 제스처로만 받아들이고,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책무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합니다.”

 KTF 남중수 사장은 지난 1월 신임 대표이사 취임일성으로는 이례적으로 업계의 ‘코피티션(협력+경쟁)’을 강조했다. 20여년간 KT에 몸 담았지만 이동전화시장에는 초년병이었던 그가 KTF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3개 사업자간 선의의 경쟁을 주창하며 코피티션이란 생소한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유는 뭘까. 누가 봐도 현재 이동전화시장은 ‘사업자 주도형’ 시장환경이 빚어낸 왜곡된 경쟁구도가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되는 탓이다.

 업계가 소비자나 정책당국도 뒷전인 채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막가파식 경쟁을 지속해 오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접속료를 조금만 조정해도, 요금 1원을 내리거나 올려도, 휴대폰 보조금을 주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도 선후발 사업자들의 희비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서로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는 공정경쟁을 다짐하지만 막상 영업현장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흠집내기식 과당경쟁을 자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심지어 최근 은행권과의 무분별한 제휴에서도 이같은 사례는 쉽게 감지된다.

 그러나 이처럼 서로 화합하기 힘든 이동전화시장의 근본적인 경쟁관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서는 다소 희망적인 코피티션의 움직임도 발견된다. 최근 이동전화 3사가 멀티미디어메시징(MMS)서비스 연동에 합의한 것이나, KTF·LG텔레콤이 모바일결제 및 무선인터넷 플랫폼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KTF가 SK(주)의 주유상품권을 연계하고, 남 사장이 취임직후 SK텔레콤과 비동기식 IMT2000(WCDMA) 공동망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것은 성사여부와는 상관없이 보다 진일보한 코피티션 모델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 사장은 “한때 회사내부에서 SK그룹 사건을 놓고 SK텔레콤의 이미지를 공격하자는 건의도 있었지만 거부했다”면서 “CEO로서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 책무 외에도 통신산업의 중요성과 고객가치를 생각하면 사업자 모두 반성할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동전화 3사의 CEO, 특히 KTF 남 사장의 ‘조율사’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 사장은 “우리 회사의 굿타임경영이나 SK텔레콤의 레인보우 캠페인, LG텔레콤의 고객사랑 경영 모두 고객혜택과 산업발전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어차피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코피티션을 향한 업계의 노력은 차츰 열매를 맺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