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위대한 산업을 향해](5)글로벌 사업③­KT

 ‘작지만 강하게, 실속있게’

 지난달 30일 KT로부터 의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즈베키스탄의 통신사업자 2곳을 인수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초고속 등 유선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스트텔레콤과 모바일 와이맥스 사업권을 획득한 수퍼아이맥스의 지분을 각각 51%, 60% 확보함으로써 이 지역의 통신시장 교두보를 확보한 것. 물론 당장 매출이 급성장하거나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중앙아시아는 넓은 국토와 열악한 인프라로 아직 통신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잠재성은 있다. 지분인수를 위해 투입한 투자비용도 수백억원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개화하지 않은 시장에 KT의 통신서비스 및 경영 노하루를 잘 접목한다면 적은 투자로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인수는 러시아 엔떼까(NTC) 사업과 함께 KT의 글로벌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중수 사장은 “고객가치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글로벌 경영을 벌이고 있다”며 “KT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로 나아가 우리의 역량을 펼친다면 제2, 제3의 NTC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100년동안 전형적인 내수기업=KT는 100년동안 국내 유선통신 산업을 이끌어오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업의 틀은 언제나 국내였다. 유선전화 가입자 2000만명, 초고속 가입자 650만명 등 각종 유선분야에서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수시장이라는 범주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사업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솔루션 수출이나 통신망 운용관련 노하우의 전수 정도였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단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을 때 KT는 포화한 내수시장에서 가입자를 한명이라도 더 지키기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경쟁사와 출혈경쟁을 벌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국내에서 아웅다웅하지 않고 해외에서 더 큰 움직임을 보여왔다면 KT에 대한 경쟁사의 공격도 그다지 힘이 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KT가 글로벌 사업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도·중국·중남미 등 여러군데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번번히 매듭을 짓지 못했다. 2005년에는 알제리텔레콤·대우인터내셔널 등과 함께 자본금 1000만달러 규모의 합작사를 출범하려고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글로벌 사업은 위기요인을 감안해 과감하게 선투자하는 결단이 필요하지만 KT는 경영구조상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글로벌 사업 본격 시동=그러나 올해들어 KT의 행보가 부쩍 달라졌다. CEO의 해외사업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게 상당한 힘이 됐다. 한번 두드려보다가 안되면 쉽게 포기했지만 최근에는 실속을 위주로 성사율을 상당히 높이고 있다. 10년전에 인수한 러시아 엔떼까가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것이 기폭제가 됐다. 러시아 1∼2위 사업자를 제치고 연해주 통신사업자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지속성장을 예고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중앙아시아 진출은 지난 1년이상 준비해온 작업이다.

 남 사장은 7월에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을 방문하며 성사 가능성을 높여왔다. 우즈벡에 이어 카자흐스탄에서도 이통사 인수라는 낭보가 들려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뿐이 아니다. 일본 모바일 와이맥스 사업권을 위해 아카-NTT도코모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200억원 안팎의 투자로 파악됐으며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획득하면 KT의 와이브로 서비스 노하우를 일본 시장에 전수할 수 있게 된다. 남 사장은 이외에도 올해 알제리·튀니지와 인도 등을 다녀왔다. 모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지역으로 사업가능성에 대한 타진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신생국가나 개발도상국가 등을 대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중국 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외 무선사업 기반 확대=KT의 글로벌 사업의 특징은 유선중심에서 탈피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무선 서비스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엔떼까(이동통신 서비스), 우즈벡의 수퍼아이맥스(모바일 와이맥스), 일본 아카-NTT컨소시엄(모바일 와이맥스), 카자흐스탄(이동통신업체 인수 추진) 등 대부분이 무선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선시장을 기반으로 무선사업 입지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컨버전스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전통적인 유선강자이지만 사실 KT는 무선에서도 상당한 기술 노하우와 서비스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KTF를 통한 이동통신사업을 비롯해 무선랜 사업·도서통신서비스·위성기술·통신망관리 기술 등 다양한 무선 노하우를 축적했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KT의 무선사업의 정점이다. 와이브로 내수기반은 아직 약하지만 KT는 2011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공격적인 와이브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무선기술만 전담하는 연구인력만 100여명, 사업관련 인력까지 포함하면 700여명에 이른다. KT는 “해외사업을 통해 유무선 통신서비스가 시너지를 내는 사업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이렇게 성공했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속한 민원 해결이 성공의 비결.’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엔떼까(NTC)는 KT의 가장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로 꼽힌다.

 NTC는 현재 연해주 지역 이동전화 시장 점유율 43%로 MTS와 메가폰(Megafon)과 같은 전국 사업자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그야말로 다윗이 골리앗을 꺾는 모습을 연출했다.

 NTC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이동통신·유선전화·인터넷 사업을 하는 종합 통신사업자로 KT가 1997년에 지분 약 80%를 인수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NTC를 인수 3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유선사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이동통신사업으로 전환하며 2001년에는 연해주 지역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등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한 때 MTS를 위시한 전국 사업자의 진출로 시장 점유율이 38%까지 떨어지는 등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는 국내 경쟁시장에서 몸에 밴 고객 서비스 정신이다.

 통화 품질을 위해 눈보라가 치는 상황에도 40m 위의 철탑위에 올라가 통신 장비를 설치했다. 통화연결음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고객 맞춤형 요금 상품을 선보여 고객감동을 실천했다.

 이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와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책임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지속적인 성장의 중요한 초석이 됐다.

 “해외시장에도 성공요인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습니다. 고객이 필요로하는 것을 신속하게 파악해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KT의 글로벌 시장 개척의 첨병인 김영택 엔떼까 사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