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비오는 날의 골프

장마철에도 골프를 쉬지 않는 열혈 골프광이 많이 있다. 하지만 골프광도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비가 오는 날 플레이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 그것이다. 첫째 방수 대책을 확실히 해두라는 것이다. 골프화는 아무리 방수가 잘 되는 것이라고 해도 일 년쯤 지나면 방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수가 잘 되는 것으로 새로 장만하는 것이 좋다. 여름이 지나면 잘 모셔두었다가 내년 여름에 또 쓰면 된다. 즉, 여름용 방수 골프화를 별도로 장만하라는 뜻이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필장의 경우에는 비 오는 날의 플레이를 위해서 양말을 네 켤레 준비한다. 시작할 때, 그리고 그늘집에 들를 때마다 새 양말로 갈아 신는다. 발이 뽀송뽀송해야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골프 장갑이다. 장갑이 젖고, 그립이 젖으면 좋은 스윙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가죽으로 만든 것이 아닌 인조가죽 장갑을 세 개 정도 준비해서 조금 젖었다 싶으면 바로 새 장갑으로 바꾸면서 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인조가죽 장갑은 값도 비싼 편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젖어도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소재 장갑들이 출시되었고 약 1만원 정도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골프장에서 마른 수건을 몇 개씩 제공하기도 한다. 카트에 잘 모셔두고 샷을 할 때마다 이 수건으로 그립을 잘 닦은 다음 샷을 해야한다. 그립이 미끄러우면 제대로 샷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비 오는 날의 라운딩에서 빼먹는 것 중 하나가 선블록 크림을 바르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자외선은 구름과 빗방울을 뚫고 내리 쪼이기 때문에 얼굴이 탈 수밖에 없다.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제일의 원인이다. 비가 오더라도 무조건 선블록 크림을 바르시라.

페에웨이가 젖어 있으면 드라이브 샷에서 런이 사라진다. 떨어진 자리에 박히거나 기껏해야 1m 이내에 멈춘다. 탄도가 낮은 샷을 구사하는 골퍼들은 약 20∼30m 거리를 손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3번 우드 티샷이나 드라이버 티샷이나 거리가 똑같다. 3번 우드의 헤드가 작아서 불편한 골퍼들은 어쩔 수 없이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게 되는데 이때 티 높이를 평소보다 약간 높게 꽂는 것이 거리를 내는 좋은 방법이 된다. 아이언 샷도 마찬가지다. 그린에 떨어지면 구르지만 그린 앞 러프에 떨어지면 그 자리에 서 버린다. 굴려 올리는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 클럽까지 길게 잡고 아이언 샷을 하는 것이 좋다. 젖은 페어웨이에서 뒷땅을 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젖은 그린에서의 퍼팅은 평소와 많이 다르다. 퍼팅한 볼이 굴러가는 거리가 짧아지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브레이크가 많이 먹기도 하고 전혀 먹지 않기도 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반 골퍼들은 잘 모른다. 오르막 퍼팅에서는 브레이크가 많이 먹지만 내리막 퍼팅에서는 습기 때문에 볼이 미끄러지는 현상(스키드 현상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평소보다 브레이크가 적게 먹는다. 이런 정도를 감안할 수 있는 골퍼라면 싱글 중에서도 로우 싱글에 속하는 골퍼라고 할 수 있지만 보기 플레이어 정도인 우리도 이런 현상을 감안해서 퍼팅을 하면 비교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