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와 재계의 상생모델은?

`변화의 물결, 새로운 세대, 새로운 리더십.` 28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전경련 제주하계포럼 주제다. 전경련 측의 설명대로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전략과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리더십을 찾는 자리다.

하지만 이곳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관심사는 오로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 정부 장관급 고위 관료들의 잇따른 `대기업 때리기`와 이에 대한 재계의 반응에 쏠려 있다.

그 부작용은 바로 첫날 개막 수분(分)전에 나타났다. 신문사 마감 시간을 고려해 미리 배포한 개회사를 전경련 홍보실 측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몇 개 문장을 뺀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 내용이었건만 최근 상황을 고려해 긴급히 결정한 것. 하지만 이는 이미 늦었다. 전경련 측은 수정 자료를 내고, 급기야 밤 10시가 넘어서는 취지 등을 담은 설명자료를 배포해야 했다.

전경련은 대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다. 경제단체 중에서도 맏형으로 전경련의 모습은 우리 대기업의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은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 전경련이 정치적으로 크게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마지막 날 기획재정부 장관과 지식경제부 장관을 불러놨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난감해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최경환 지경부 장관 모두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에 동참 중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도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몇 시간이 멀다하고 정부 고관들이 한 마디씩 던지는 말은 이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비판은 충분하다. 지금부터 윈윈 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대기업도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야할 점이 많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역시 최근의 분위기속에서 과연 어떤 기업인이 나설 수 있을지 돌이켜 봐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할수록 분명 우리 경제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제주=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