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한국형 망 중립성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는 판단 아래, 올해 들어 통신방송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에 대해 11회에 걸쳐 여러 각도로 접근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던 망 중립성 이슈는 그동안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실제로는 논의의 진척이 매우 늦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변화 속도와 그 역동성은 초기 인터넷 도입 때와 견줘질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본 기획의 프롤로그에도 밝혔듯이 이 기획의 목표가 망 중립의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처방전을 내놓자는 것에 있지 않았다.
첨예한 이해관계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말하거나 쓰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질된 망 중립이란 용어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한국형 망 중립 개념` 정립의 단초를 제시하고자 했다. 특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각 이해 당사자들의 속내를 모아보자는 기획 의도 중 하나였다.
시작부터 `한국형 망 중립의 개념을 세우자`는 주제는 결국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용감하다는 우려 섞인 칭찬을 동시에 들었다.
특히 망 중립의 논의를 시작하고 이슈화하기 위해선 규제 당국의 명확한 방향과 망 중립에 따른 규제 조치와 이에 대한 당사자의 반발 등의 국내 사례가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그 사례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이 논의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어려웠던 이유다.
그러나 망 중립 논의를 제기한 시점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에서 긍정적인 반향을 불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을 통해 P2P 사이트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이 최초로 전체 트래픽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 확인됐다. 유무선 트래픽 차등을 통한 네트워크 품질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공재 개념으로 인터넷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별도로 대용량의 데이터를 소비하는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종량제 또는 프리미엄급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이원제`와 유무선 통합시대에 걸맞은 유무선통합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것도 제안하기도 했다.
기획을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통사업자들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사실상 허용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기 시작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내년 초에는 애플과 구글, 삼성이 각각의 플랫폼을 통한 스마트TV 대전이 예고돼 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스마트 IT를 통한 생활의 대변혁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지만 현재보다 훨씬 많은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한다는 공통점도 갖는다.
현시점에서 이통 업계와 학계는 유무선 융합 빅뱅에 따른 트래픽 증가에 대해 대응하면서 빠른 망고도화가 통신시장의 절체절명의 과제로 다가왔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에 분분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망 중립의 개념을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평범한 언어로 설명해 일반인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망 중립의 허상과 실체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더 지겨운 탁상공론과 정치적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덜 기술적인 언어로 사용자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망 중립의 개념을 설명하고 알리는 것이다.
이 기획에서는 네트워크 관리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트래픽의 구분을 통한 망 관리가 망 중립을 깨고 트래픽을 관리하고 제한해 이득을 챙기자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맞춤형 서비스의 개발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잘 닦은 정보화 고속도로 트래픽 관리 필요=P2P로 인한 유선 인터넷 독점현상은 매우 심각했다. 절반 이상의 인터넷 트래픽을 차지할 뿐 아니라 `저작권연차보고서 2010`에 따르면 국내 산업에서 P2P로 인한 산업 전체의 피해액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데다 최근 이통사들의 무제한 요금제로 P2P가 무선으로 옮겨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통해 P2P 형태로 파일을 내려받는 사례가 나타났다. 유선에서 컴캐스트와 P2P 차단을 두고 문제를 일으켰던 비트토런트가 내놓은 스마트폰 P2P 애플리케이션인 `IS 드라이브`가 무선에서도 출시돼 이슈가 됐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애플 앱스토어 등록을 승인했지만 애플이 곧 삭제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언제든지 무선에서도 다시 제기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이슈다.
동영상의 화질 개선으로 인한 트래픽 유발과 대역폭 점유도 망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 전환이 추진되면 인터넷상의 동영상 파일들은 자연히 고화질이 된다. 특히 이 중 3D 고선명(HD) 화질의 동영상 파일의 비중이 30%를 차지한다. 또 30Mbps의 대역폭을 점유해 기존 SD급 방송의 43배 이상 많은 트래픽을 유발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스마트TV가 2013년까지 급격히 보급되면서 인터넷 이용자의 17%가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른 대역폭만 17테라비트(Tb)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KT인터넷의 전체 대역폭인 4.2Tb의 4배 가까운 수치다.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스마트TV를 위시한 클라우드 컴퓨팅, u헬스 등은 보안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용망이나 자사 가상사설망(VPN) 등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한정된 자원이 아니라 자본 투입하면 증설 가능=네트워크에 투자가 필요한 것은
더 안정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트래픽이 증가하면 망이 혼잡해지고 이를 해결하려면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유선 사업자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이익도 늘어나는 성장기에는 자발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처럼 망사업자의 수익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의 고도화 지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신업계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전화(VoIP)를 비롯한 프리라이딩(무임승차)으로 유선 인터넷의 투자가 줄고 있어 인터넷 인프라 세계 1위 아성이 붕괴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가변적 통신 시장에서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통신사업자 특단의 망 관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통사들은 트래픽의 피크 타임의 사용량을 예상,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선행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혼잡 시 트래픽을 헤비 유저의 사용을 제어하면 훨씬 적은 투자로도 대부분의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혼잡 발생 시 헤비유저의 트래픽의 우선 순위를 낮춘 뒤 한산한 시간에 이를 풀어주는 등의 방법이 강구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과다하게 사용돼 고갈된다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 우리나라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것을 막고 트래픽 증가가 서비스 품질저하, 이용자 불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까지 막을 수 있다.
정석균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는 "트래픽 문제가 이용자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나 이해하기 쉬운 평범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으면 스마트폰 급증으로 통화 품질에 문제를 겪는 시점에서 망중립을 내세운 규제의 허구성을 알리는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망중립도 중요하지만 망효율도 강조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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