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확률론적 사고로 살아라

확률론적 사고로 살아라
확률론적 사고로 살아라

미래는 두 종류가 있단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으며, 그것은 반드시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바로 `이미 일어난 미래`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출생 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저출산 대책이 시행된다 해도 금세 인구를 회복하기 어렵다. 출생 수가 증가하더라도 전체 인구 구조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사실 이미 일어난 미래였다. 이렇게 따지면 지구온난화에서 각국의 재정적자,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호들갑을 떨었던 대형 사건들도 실은 이미 일어난 미래였다.

불확실성을 타고 났다는 미래는 그런 점에서 일정 정도 예측 가능한 상이다. 물론 100% 정확성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미 일어난 미래가 아닌 미래, 즉 `앞으로 일어날 미래`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일까. 고전물리학을 완성한 뉴턴은 지금 존재하는 상태와 관련된 모든 변수를 알면 미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단 뉴턴 시대에는 모든 변수를 측정할 수 있는 계산 능력이 없었다.

만일 모든 정보를 알고 무한한 계산 능력을 지닌 존재가 있다면 미래는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학설도 있었다. 당시 프랑스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이 가상의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지칭했다. 가히 결정론적 사고의 극치였다. 결국 현대물리학에 와서야 양자역학이 의미하듯 앞으로 일어날 미래는 `확률`로써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확률론적 사고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세상을 확률론적으로 파악하고 무슨 일이든 절대시하지 않는 사고법이다. 다시 말해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태도다. 어쩌면 아주 번거롭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론적 사고는 수학 교과서에만 머무는 논리 얘기가 아니다. 나와 우리 조직을 둘러싼 세상과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어떤 의식 구조를 지녀야 할지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확률론적 사고란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성을 지니는 일이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단 하나의 올바른 방법은 있을 수 없고, 처음부터 다양한 대응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반면교사로 삼기 위한 태도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확률은 적은 경우의 수로는 정확성에 한계가 있는 탓에 장기적 관점을 지니는 것도 필요한 태도다. 또 확률을 잘못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인지적 편향의 자세를 피하고 통계적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요구된다. 이런 요소를 갖추고 확률론적 사고를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의사결정의 성공 가능성은 차츰차츰 진전된다. 언뜻 보면 느린 걸음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놀랄 만한 성과를 이루게 해주는 방법, 그것이 바로 확률론적 사고의 진수다.

이 책은 확률론적 사고를 통해 금융 현상에서 역사, 물리학, 진화론,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불확실성의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한다.

다부치 나오야 지음. 황선종 옮김. 더숲 펴냄. 1만35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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