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D램업계, 차세대 미세공정 전환 `자금난에 발목`

 대만 D램 업계가 최근 자금난 탓에 차세대 미세공정 전환에 발목을 붙잡혔다. 고가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시스템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엘피다와 지분 제휴 등 강도 높은 협력설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무게를 더하고 있다.

 27일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D램 가격 급락 등의 여파로 대만 D램 업체들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나노대 이하 차세대 미세 공정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대당 1억달러에 달하는 필수 장비인 EUV 노광 시스템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취약한 탓이다. 난야와 이노테라를 제외한 대다수 대만 D램 업체들은 현재 50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이머전 노광 장비를 이제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미 차세대 공정용 EUV 노광시스템을 발주, 한참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회복되면서 대만 D램 업체들의 자금 사정도 개선됐지만 올 하반기 들어 다시 가격이 급락하자 현금을 축적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1Gb DDR3 고정거래가는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2Gb DDR3 제품의 현물가도 2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올 4분기에는 렉스칩을 뺀 대만 내 D램 업체들이 모조리 적자를 기록하고, 내년 1분기까지도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항간에 나돌고 있는 일본 엘피다와 대만 D램 업체들간의 강도 높은 협력설은 아직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제휴 대상으로 거론된 파워칩과 프로모스는 이날 엘피다와 협상 소식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 D램 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엘피다는 최근 1억8000~2억주 규모의 대만 주식예탁증서(TDR) 발행을 승인받아 1억217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키로 하는 등 양측의 협력 가능성은 커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