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재스민혁명`과 글로벌화

 23년 벤 알리 독재정권을 몰아낸 튀니지의 ‘재스민혁명’ 바람이 이집트를 휩쓸고 리비아로 번지고 있다. 벤 알리에 이어 집권 30년을 자랑했던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무너졌고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던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권좌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7위 산유국인 리비아의 혼란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되는 등 이제 중동과 아프리카 문제는 지역적인 문제에서 글로벌 긴급사태로 전이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등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주가가 급락하고 로컬(local)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하면 단순하게 원유의 공급 차질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그치지 않고 국제금융시장 충격을 넘어 세계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선진국 경제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게 되고 유가가 지속적으로 고공 비행하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긴축 모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유가 상승은 기업에는 생산비 증가로, 소비자에게는 구매력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은 가계 소비의 9%를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한다.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지출이 늘어날수록 다른 제품 구매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제품 수요가 줄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면서 전체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든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유가상승으로 수출액 대비 원자재수입액 비중이 높아지면서 채산성 이 악화되고 선진국의 소비위축으로 인한 수출 감소도 우려된다. 우리가 중동사태를 강건너 불보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세계를 하나로 묶은 경제적 글로벌화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이번 사태는 사회적 이슈도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핵심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중동으로 번지고 있는 민주화 열기 확산은 SNS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SNS가 정치 변혁의 물꼬를 튼 국가들의 공통점은 언론이 통제돼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언론 통제, 공권력 등에 억눌려 있던 불만과 갈망이 SNS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사회적으로 조직화하면서 거대한 힘을 발휘했다.

 SNS는 통제된 언론 환경에 균열을 내고 감춰진 진실과 억눌려 있던 의견을 전파하는 ‘대안 언론’ 역할을 했다. 리비아의 무자비한 진압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처럼 SNS는 직접 민주정치의 국제적 광장이 됐다. 그야말로 SNS가 정보통신(IT) 분야뿐 아니라 현실정치에서도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도미노처럼 퍼지고 있는 시민혁명의 물결은 나중에 ‘SNS혁명’이라고 명명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세계는 이제 경제적 결합과 IT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시공간이 크게 축소됐다. 우리는 지금 격변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문득 경제적, 사회적 글로벌화가 가져올 미래가 궁금해진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