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56회 정보통신의 날이다. 1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바로 오늘,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의 싹을 틔운 날이기도 하다. 당시 신사유람단 일행이었던 홍영식은 일본의 우편제도에 크게 감명받아 고종 황제에게 우편제도 실시를 건의했다. 마침내 고종 21년, 1884년 4월 22일 우정총국이 설치된다. 근대식 통신제도 도입으로 다른 나라와 교역이 촉진되고 일반 백성들도 서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조선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실로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우정에서 시작된 우리 정보통신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작년에는 사상 최대인 1539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지난 외환·금융위기 때에는 빠른 경제회복을 주도했다. 우리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한류’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우정사업 분야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우정은 13년 연속 흑자경영과 12년 연속 고객만족 1위를 달성했다.
정보통신은 IT 강국을 실현하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는 2007년 2만달러에 진입한 이후, 지난 몇 년간 그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3만, 4만달러의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정보통신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자동차·조선 등 기존 산업의 경쟁력도 보다 높여 주어야 한다.
정부는 융합을 정보통신 정책의 중심에 두었다. 세계 융합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 먼저, 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에 주력하고 핵심 기술인 SW·시스템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융합이 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융합인재 육성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융합이라는 새 무대의 조연일 따름이다. 늘 그래왔듯, 무대를 이끌어갈 주연은 정보통신인 여러분이다.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 서비스 개시, 2002년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등극, 2005년 정보통신 수출 1000억달러 돌파 등의 성과를 정보통신인이 손수 이끌어냈다.
이제는 정보통신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융합시장 선도에 나설 때다. 우리 기업인들은 하루 빨리 융합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융합시대에 알맞은 유연한 문화를 조직 내에 정착시켜야 한다. 융합 성과는 창의성과 다양성 속에서 꽃피기 때문이다. 서로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 생태계도 만들어야 한다.
선진 경제 달성이 쉽지가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불과 30년 만에 불모지에서 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시작이 도전이었고 매 순간이 위기였다. 하지만 새 역사를 쓴다는 신념으로 이루어냈다. 도전정신과 열정이면 선진경제 도약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늘이 새 목표를 공유하고 행여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joong@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