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시장, L자형 장기불황 지속될 듯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PC용 D램 반도체 시장이 장기 불황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PC 수요는 예상보다 크게 감소하고 주요 PC 제조사도 사업 정리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D램 제조사들은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공급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

 24일 관련업계는 D램 경기가 예측과 달리 ‘L자형’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 하반기부터 D램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지속된 반도체 경기 하강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키몬다 파산으로 극적 반전을 이뤘던 것과 달리 쉽게 무너질 회사가 없다는 것도 장기불황 그림자를 쉽사리 지우지 못하고 있다.

 장기불황 근거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PC 수요 위축이다. 여기에 D램 공급은 늘어나고 키몬다 파산과 같은 극적인 조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

 지난 2007년 당시는 PC 수요는 유지된 반면에 D램 공급량이 과도해 가격이 폭락했다. 최근 하락세는 PC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D램 공급량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발생한 것은 동일하다.

 시장 회복 열쇠는 PC 수요 증가다. 그러나 최근 HP의 PC사업 분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PC 시장 회복은 내년에도 불투명해졌다. 반면에 최근 D램 반도체 업체들이 미세공정 전환 경쟁에 돌입하면서 D램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2007년 장기 불황에 진입했을 당시 반도체 기업들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그러나 2008년 후반부터 대부분 기업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감산에 돌입했다. 프로모스의 경우 그 당시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400%까지 기록했다. 결국 2009년 세계 4위 기업이었던 독일 키몬다가 끝내 파산하고 공급이 감소하면서 나머지 기업들의 불황 탈출 계기가 마련됐다.

 불황 장기화 진입 여파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난야·이노테라·파워칩·프로칩스 등 대만 기업들이 올해 말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2007년 불황기 당시에는 대만 기업들이 자금을 상당 수준 보유하면서 경쟁에 나섰다”며 “그러나 올 3분기에 대만 2개 기업이 이미 현금 보유고가 바닥이 났으며 나머지 2개 업체도 4분기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개 대만기업의 점유율을 합치더라도 10% 미만에 그친다. 이 기업들이 동반 파산하거나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반면에 삼성전자·하이닉스·엘피다·마이크론 등은 최근 2년간 자금을 확보한데다가 우리나라, 미국, 일본을 상징한다는 측면이 있어 키몬다와 같은 파산조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이미 경쟁 대열에서 탈락한 대만 기업들을 제외하고 키몬다와 같이 파산 기업이 등장할 여지는 없다”며 “미세공정에서 앞서고 모바일D램과 서버용D램 등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스페셜 D램 비중을 늘려온 국내 기업들이 2강을 지키고 나머지 기업이 2약 체제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표> D램 반도체업체 연도별 영업이익률 (단위 %)

 (자료 아이서플라이)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