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웅을 기다리며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흑룡(黑龍)의 해다. 흑룡의 어두운 이미지는 사실 복스러움이나 상서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흑룡의 해에 우리나라는 역사적인 고난과 변화를 많이 겪었다. 420년 전 임진왜란이 그랬고, 60년 전 한창이던 한국전쟁도 마찬가지다.

 올해 국내 전자업계도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될 전망이다. 대형 LCD 업계는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수익성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변화에 맞닥뜨린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변신이 필요하다. 공급 과잉을 완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OLED 업계도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패드와 TV 등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주도하는 플렉시블 OLED 패널 등 신기술도 시장에 안착시켜야 한다. 패널 업계를 뒷받침하는 국내 부품소재 및 장비 업계의 노력도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주변 경쟁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 업계는 정부 지원 아래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대형 LCD 시장 진입을 서두른다. 뭉치지 않으면 헤쳐 나가기 힘든 위기의 시절이기 때문이다.

 흑룡의 해는 용띠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운세라 한다. 그래서 흑룡의 해에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나타난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난세를 헤쳐 나갈 영웅을 기대하고 있다. 영웅은 뛰어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엄청난 마케팅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나, 회사 CEO나 사업부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 연구개발과 생산 등 자기 업무 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임직원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난세 영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팀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