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ICT, 과학 그리고 정치

내달 11일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천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비례대표 선임도 막바지 작업 중이다.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대통령 선거가 기다린다. 연이은 정치 이벤트로 올 한해는 어쩔 수 없는 `정치의 계절`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계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권을 겨냥해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장 과기계는 총선·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21개 단체가 모여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을 결성했다. 연합체는 과학기술 홀대 현상을 바로잡고 과학기술 중심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공계 출신 인사의 공천 필요성을 제기했다.

ICT업계도 선거바람이 거세다. 소프트웨어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 등 7개 단체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 ICT전문가 비례대표 포함을 주된 내용으로 청원서를 전달했다. 각 대학 주요 관련 학과와 학회도 `부활IT강국운동본부`를 출범,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 등에 ICT컨트롤타워 부활을 당 정책으로 채택하고 비례대표 후보에 정책 전문가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선거철 정치 바람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나 올해 ICT와 과기계 각오는 남다르다. 정치 세력화를 위한 결의 수준도 예상보다 높다. 현 정권에서 소외됐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정부 출범 후 ICT와 과학기술은 `찬밥` 신세였다. 당장 산업과 정책을 총괄하는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가 사라졌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려났다. 관련 예산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주요 기능이 각 부처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정책 혼선이 불가피했다. 산업계도 혼란을 겪었다. 대기업 위주 정책을 고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벤처와 중소기업이 포진한 ICT업계는 노골적인 차별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시장과 환경 대응 능력이 뒤처져 전체 산업 경쟁력도 크게 뒷걸음질 쳤다.

ICT와 과기계의 정치 갈증은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일부에선 지나친 정치세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선거철에 표를 앞세운 이익 집단의 이기적인 행태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과 ICT 위상을 고려하면 단순히 정치적 욕심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과학과 ICT는 이미 국가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과학기술 경쟁력에 따라 국가 미래가 갈리는 시대다. 강대국 도약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ICT는 어떤가.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만큼 삶의 일부가 됐다. 세상 진화를 주도하는 건 ICT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보여줘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에 대한 분명한 국정 철학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

강병준 정보통신팀 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