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이 2009년 취임 후 줄곧 강조한 것은 혁신이다. 프로세스 개선으로 비대한 조직에 속도감을 불어넣었다. 과감한 외부인사 영입으로 내부 경쟁을 유발했다. 이 회장이 말했듯이 `배신자` 소리를 들어가며 애플 아이폰을 도입해 국내 통신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 회장 취임 후에야 KT는 비로소 `한국통신공사`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이다.
하지만 모든 혁신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KT는 지난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지난해 국회에서 KT 노동환경 악화가 지적되는 등 관련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는 KT가 KT새노조(제2노조)위원장 등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피고소인이 제주도 자연경관 선정에 활용된 국제전화방식 투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고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조직문화에도 갈등 소지가 남아있다. 옛 KT와 KTF 직원들 사이 융합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가지만 외부 출신 임원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옛 KT 출신 한 임원은 “이른바 글로벌기업 출신 임원이 국내 기업에 맞지 않는 업무방식을 적용해 회사 분위기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글로벌기업 출신 한 임원은 “KT 전 직원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KT 직원들의 닫힌 문화를 책망했다.
이래저래 혁신 피로감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회장은 혁신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30~40대 젊은 자회사 CEO들을 소개하며 “기존 질서대로 승진하려던 고정관념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주력 계열사가 아니어서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새 인물 중용 의지를 밝힌 셈이다.
자연스레 관심은 이 회장이 3년간 이끌어 낼 KT의 또 다른 변화로 모아졌다. KT는 올초 일부 사업부문 통합을 포함한 대규모 조직 개편이 관측됐으나 소폭 개편에 그쳤다. 이 회장으로서는 연임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폭으로 조직을 흔드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KT 안팎에서는 개인-홈 고객부문 통합을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인력 부문은 이 회장의 고심거리다. KT는 경쟁사에 비해 인력이 많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KT 정규직 직원은 3만여명이다. 경쟁사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를 포함하더라도 6000여명에 불과하다. 최근 SK텔레콤이 자체 기준으로 관계사 통신 매출을 더해 KT그룹 매출을 추월했다고 주장한 것에 비춰보면 인력규모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현실적으로 일부 명예퇴직을 제외하곤 대규모 인력 조정이 어려운 게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다. 지난해 KT 직원들이 2G서비스 조기 종료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에서 보듯 현장 직원들은 KT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3년 전 융합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KT와 한국 IT산업 부활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후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전력 질주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연임을 택한 만큼 중요한 것은 지난 3년이 아니라 앞으로 3년이다. 이 회장이 조직 안정화 기조를 굳히는 동시에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연임 기간 중 `뉴KT`를 완성할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자료:KT사업보고서
2009년 1월이석채 회장 취임
2009년 6월KT-KTF 합병 완료
2009년 11월애플 아이폰 국내 첫 출시
2010년 12월이동통신가입자 1600만 돌파
2011년 5월소프트뱅크와 일본 클라우드시장 진출
2012년 3월이석채 회장 연임 최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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