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항상 신경 쓰는 것이 `자리`다.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이 안 쪽, 가운데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경이 좋은 곳이라면 바깥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를 상대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다.
이를 어긴다고 경찰이 출동하진 않지만 `개념 없는 자`로 여겨질 수 있어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신입사원이라면 특히 유의해야 한다.
신경 쓸 것 없이 자리가 정해지는 곳도 있다. 나이가 많고 적고, 직급이 높고 낮음을 떠나 사람들이 가진 성향과 소속에 따라 자리가 주어진다.
국회가 대표적이다. 회의 규모가 크든 작든 여당은 여당끼리, 야당은 야당끼리 모여 앉는다. 노사 협상장도 마찬가지다. 노조와 사측 대표가 홍해가 갈라지듯 나뉘어 앉아 협상에 임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회의도 비슷한 경우에 속한다. 회의를 주관하는 위원장을 제외한 상임위원 네 명은 둘 씩 나뉘어 마주보고 앉는다. 어떻게 정해진 규칙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쪽에는 청와대·여당 추천위원 두 명이 앉고 맞은편에는 야당 추천 위원 두 명이 자리한다.
방송통신 정책을 정하는 데 여야당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이해되진 않지만 늘 그렇게 앉아서 회의를 한다. 같은 편에 앉은 두 사람은 정책 소견도 대부분 비슷하다.
의결안건을 표결로 붙이면 자리에 따라 표가 엇갈린다. 같은 편에 앉은 사람끼리는 찬성이든 반대든 항상 같은 쪽으로 표를 던진다.
신임 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최근 회의에서도 비슷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출석을 놓고 양 쪽 의견이 나뉘어 충돌했다. 앞으로 다른 사안이 발생해도 상황은 똑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자리를 섞어 앉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짱 각도`라는 게 있듯이 매일 앞모습만 보던 사람을 옆으로 보면 달라 보이지 않을까. 어차피 지키지 않는다고 경찰이 출동하진 않으니.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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