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인수 의향을 밝힌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과 3파전을 벌이게됐다. D램반도체 세계 3위 업체 인수에 2위, 4위 업체와 낸드플래시 2위 업체가 경쟁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0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엘피다가 제시한 제안서 제출마감일인 이날 1차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최종 입찰 여부는 정밀실사 등을 바탕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엘피다가 자금난을 이유로 파산 보호를 신청한 이후 일본 정부와 채권단은 공개매각을 결정했다. 이날 1차 입찰을 받고 4월말까지 2차 입찰을 진행한다. 5월말께 인수 기업을 최종 선정하고 7월까지 회생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에 앞서 마이크론과 도시바가 입찰에 참여한 상황이어서 엘피다 인수전은 3개 업체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 참여 업체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어 D램 3위 업체인 엘피다의 향방에 따라 반도체 업계 지형 변화가 크게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D램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가 42.2%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위인 SK하이닉스는 23.0%다. 엘피다 13.1%, 마이크론 11.6%, 난야 4.0% 순이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D램 점유율이 36.1%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해 D램 30나노 미세공정 전환에 힘을 쓰면서 모바일D램 사업은 다소 정체됐으나 관련 사업 비중을 높여온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크게 보강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양사의 기술이 다른 데다가 SK그룹 인수로 최근에야 재무안정성을 갖춘만큼 재무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반한 정서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반면,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가져갈 경우에는 산술적으로 D램 점유율이 24.7%에 달해 SK하이닉스를 뛰어넘어 2위 자리에 오르게된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낸드플래시와 D램, 모바일D램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 시장 공세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엘피다를 인수한 이후에도 부채 상환이나 공정 전환 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하는 만큼 상당기간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입찰 참여 후 실사 등을 통해 경쟁사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최종 인수까지 추진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