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D램 업체 엘피다 인수전이 또다시 요동쳤다. 미국 마이크론과 공동으로 엘피다 인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난야가 이달 말 예정된 2차 입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결정으로 한국(SK하이닉스) 일본(도시바), 미국-중국(TPG캐피털-중국 기업재생펀드) 연합과 경합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대만(마이크론-난야) 연합에 변화가 생겼다. 최근 대만 이노테라의 지분 인수를 추진해온 마이크론이 또 다른 대만 반도체 업계와의 연합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둬 엘피다 인수전은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19일 일본 주요 언론들은 대만 D램 1위 업체인 난야가 오는 27일로 예정된 엘피다의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지난달 마감된 엘피다 1차 입찰에 대만 포모사그룹이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마이크론과 난야의 연합 결성`을 점쳤다.
포모사그룹은 난야와 이노테라 등 대만 주요 반도체 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린 대기업이다. 업계는 엘피다 인수 추진에 주력 계열사인 난야를 앞세우고 수년째 협력관계를 유지한 마이크론과 힘을 합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했다. 난야 발표로 이런 설이 쏙 들어가게 됐다.
난야의 `불참 선언`은 자금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난야의 지난 1분기(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줄어든 87억9800만대만달러였다. 적자는 1년 전에 비해 15%가 늘어난 103억9200만대만달러로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난야는 올해 설비 투자에 39억대만달러를 예정했다. 이 규모로 미세공정 추진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엘피다 인수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난야의 불참 발표에도 불구하고 새 `미-대만` 연합체 등장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포모사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이노테라가 마이크론과 연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마이크론은 최근 초이노테라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1대 주주 등극을 노린다. 이노테라는 지난 1분기 적자가 지속돼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대주주로 자리잡을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차 입찰 마감을 일주일 앞둔 엘피다 인수전은 SK하이닉스의 참여 여부와 새 마이크론-대만 기업 연합 가능성이 제기돼 판세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