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사스, 실적 큰 폭 하락…예상치에 못미쳐 실망감 확산

도호쿠 대지진, 태국 홍수 여파에서 못벗어나

일본을 대표하는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가 예상보다 악화된 연간 실적을 내놓으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도호쿠 대지진과 태국 홍수 직격탄에 이어 유럽과 중국의 반도체 수요 감소가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됐다. 수익 악화를 우려해 공장 매각과 대규모 감원에 나섰으나 늘어나는 적자폭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빠르게 조업을 재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르네사스 나카공장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당시 일본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빠르게 조업을 재개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르네사스 나카공장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당시 일본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았다.

일본 언론은 10일 르네사스의 2012 회계연도(2011년 4월 1일~2012년 3월 31일) 매출이 전년에 비해 22% 감소한 8831억엔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626억엔 적자로 전년(1150억엔 적자) 보다는 나아졌으나 올해 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밝혔던 전망(540억엔 적자)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마감됐다.

3대 주력 제품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아날로그반도체 △전력용반도체 모두 매출이 줄었다.

대지진 후 자동차용 MCU 생산거점인 나카 공장의 조업 재개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지난해 9월까지 제대로 가동을 못했다는 후문이다. 태국 홍수 사태로 글로벌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전자제품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2010년 4월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NEC일렉트로닉스가 경영을 통합한 후 2년째 연속 적자 행진인 셈이다.

르네사스는 경영 악화를 우려해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5000명을 감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최근에는 MCU 생산거점 중 하나인 스가루 공장을 후지전기에 38억엔에 매각하면서 수익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업 분야별 하락세가 강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르네사스는 현재 후지쯔, 파나소닉 등과 시스템LSI 사업 통합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업 통합 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제조 부문을 분리해 새로운 통합사를 세우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불투명하다. 르네사스는 실적 발표회에서 다양한 사업 조정 계획을 고려 중이라며 올해(2013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