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가 범 중화권 자본의 거센 진출로 급기야 `공중증(恐中症·중국을 두려워 하는 마음)`에 시달리고 있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진 일본 정부가 다양한 외국인 투자 장려정책을 내놓고 중국 자본 유치에 나선 것과 달리 업계는 중국 자본에 핵심 기술력을 빼앗겨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정 상태가 취약해진 주요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중화권 자본에 안방을 내주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여서 중국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밀려오는 중화권 자본=최근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자본이 일본 전자기업을 흡수한 대표적 사례는 샤프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OEM) 업체인 대만 홍하이(폭스콘)가 지난 3월 샤프 본사 지분 10%를 인수하자 일본 전자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 언론은 인수 초반에 대만과 연합전선을 펼쳐 한국기업을 공략한다는 `협력론`에 무게를 뒀지만 이후 홍하이가 샤프 주력생산거점인 사카이공장의 경영권까지 확보하자 경계의 목소리로 변했다.
샤프 지분이 넘어가던 시기에 또 다른 전자회사 파나소닉은 가전부문 일부를 중국 하이얼에 넘겼다. 지난해에는 중국 PC업체인 레노버그룹이 NEC와 함께 PC합작사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NEC 요네자와공장에 자사 PC 생산 일부를 위탁했다. 중국을 생산기지로 여겨온 일본 기업들은 되레 하청공장이 됐다며 씁쓸해했다.
반도체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아날로그반도체업체 르네사스는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만 TSMC와 업무 제휴를 맺고 쓰루오카 공장을 매각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확산되는 경계론=일본 업계가 중화권 자본을 경계하는 움직임은 올 들어 진행되고 있는 D램 반도체 엘피다 매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진행된 엘피다 2차 입찰 과정에서 미국 TPG캐피털과 함께 참여한 중국 기업재생펀드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자 기술유출을 우려해 미국 마이크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중국 펀드가 엘피다를 인수하면 히로시마 공장도 매입해 중국 파운드리업체에 운영을 넘기는 한편, 이면에는 일본 반도체 기술을 빼내가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도했다.
중화권 자본은 이제 경계를 넘어 두려운 대상이 됐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인 게이단롄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중국이 일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일본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표] 범 중화권 자본의 일본 전자업계 진출 현황 (2012년 기준)
(자료: 업계 취합)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