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화방송(MBC)의 `나는 가수다 시즌2` 무대에서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음악판을 뒤집어버린 인디 밴드가 있다. 밴드 이름은 `국카스텐(Guckkasten)`. 이 말은 독일 고어로 `중국식 만화경`을 뜻한다.
이 밴드의 보컬리스트는 현란한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무대에 섰던 기성 가수들도 그의 노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숨은 고수는 이렇게 언젠가는 세상에 나타나는 법이다.
국카스텐을 보며 문득 또 다른 숨은 고수 중국이 떠올랐다. 중국은 2008년부터 휴대폰, LCD, 반도체 산업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당장 치러야 할 시험 같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근래 중국 업체의 부상이 만화경처럼 현란해 현기증마저 느끼게 한다.
화웨이, ZTE 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에 대항할 거의 유일한 연합세력으로 자리를 굳혔다. LCD 시장은 또 어떤가.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대형 LCD 생산 국가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이 주도하던 동북아 산업 지형도가 만화경처럼 시시각각 변한 셈이다.
조만간 중국이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졌다. 이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던 모습이다. 2008년 당시 우리나라의 풀 터치폰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ZTE 관계자의 얼굴이 지금 어떻게 바뀌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숙명이지만, 그 운명은 사실상 중국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숨은 고수가 나타나더라도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을 내공을 쌓아야 할 시점이다. 일등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 기간의 길고 짧음은 바로 자신에게 달렸다.
양종석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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