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인력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특히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수급난은 이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초일류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지 갈림길에서 병목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기관이 나서 해외 인재를 데려와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시장이 글로벌화하고 있는 지금, 첨단 산업에서도 인력 수급은 국적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산업에서 해외 인력 조달은 양날의 칼일 수 있다. 당장 목전에 떨어진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하는 이점은 있지만 우리 반도체 산업을 추격하고 있는 해외 경쟁국들로 또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른다.
반대로 국내에서 배출되는 우수 석·박사급 인재는 오히려 해외 반도체 업체를 선호하는 현상이 적지 않다. 국내 기업보다 처우가 낫고 업무 강도가 덜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서 단기성과에 급급해 연구개발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풍토다.
한국 제조업의 최전선에 서 있는 반도체 산업이 갈수록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교육계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범국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외친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다양한 프로젝트로 반도체 인력 양성에 많은 돈과 관심을 쏟았지만 저변에서는 외면당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이 시스템 반도체 인재 확보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요즘 들어서다.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에 민관의 노력을 결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