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로운 특허대국으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의 중국 특허 대응력은 되레 뒷걸음친다. 출원은 물론이고 정책, 인력 양성까지 전 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특허 출원 순위는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허 출원 성장률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중국이 우리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도 2004년 371건에서 지난해 2605건으로 7배가량 늘었다. 반면에 중국에 출원하는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WIPO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주요국 특허 출원 현황`을 보면 중국 내 특허 출원 비중은 2006년(9187건)에서 2010년(7178건)까지 연평균 6% 감소했다. 미국 출원이 같은 기간 4.7%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출원 건수뿐 아니라 중국 특허 전문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유성원 지심앤드아이피컴퍼니 대표 변리사는 “중국어로 특허를 출원할 전문가가 매우 부족하다”며 “변리사 가운데 중국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열 명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 번역업체도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김수천 도원닷컴 대표는 “중국 출원을 위한 특허 번역은 `한-영-중` 3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한-중` 직접 번역 체계는 전체의 10~20% 정도뿐”이라며 “일본에서 `일-중` 직접 번역이 60~70%로 수준이며 그만큼 영어로 재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IT뿐 아니라 바이오·화학·약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 출원 수요가 늘었지만 인력 양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전문협회를 통해 지난 6월 한중 특허 번역과 출원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교육 대상은 고작 10여명 수준이었다. 중국에 대비한 지식재산서비스업계조차 관심과 역량이 크게 떨어진 실정이다. 임희섭 지식재산서비스협회 사무국장은 “그나마 중국 출원을 많이 하는 삼성·LG 등은 중국 대리인에게 맡기면서 비교 검증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번역 결과를 검증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중국이 `짝퉁 천국`에서 지식재산을 중시하는 쪽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며 “우리도 산업계는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 대중국 특허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중국에 대한 특허출원 현황(단위: 건, %)
()는 전년대비 증감률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