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정치권 포퓰리즘이 국정감사에서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표심잡기용으로 요금 정책이 변질될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근거나 논리 없이 일방적 주장이 난무하면서 통신 생태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3일 국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5일 시작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신요금 인하`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에 앞서 문방위가 지난달 개최한 통신요금 관련 현안질문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야 의원은 번갈아가며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지적하고 요금 인하를 요구했다. 본격적인 국감에 들어가면 이 같은 요금 인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근거들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통신요금 인하 근거로 사용하는 가계 통신비 통계에는 단말기 가격이 포함돼 있어 왜곡된 자료다. 원가보상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통신산업 특성상 경쟁상황과 미래투자를 감안하지 않은 단순 원가로는 요금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또 상당수 의원이 국내 통신요금이 외국에 비해 비싸다고 지적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없다. 오히려 최근 일본 총무성이 도쿄, 뉴욕, 런던, 파리, 서울, 뒤셀도르프, 스톡홀름 세계 주요 7개 도시 1위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폰 요금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도쿄의 37% 수준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무선 인터넷 요금 국제비교 지표인 `코리아인덱스`에서도 국내 요금은 미국, 영국, 일본 등 비교대상 11개 국가 중 저렴한 쪽에서 3~5위 순으로 나타났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통신시장에서 투자는 늘지만 가입자당월매출액이나 수익률 지표는 갈수록 하락한다”면서 “마른수건을 다시 짜는 것처럼 더 이상 요금을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속적 투자를 위해서는 수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정치적 요금 인하 공세가 너무 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중소 통신사도 요금 인하 포퓰리즘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산 장비업계 사장은 “통신비 인하로 통신사 장비 투자 여력이 없어지면 결국 영세한 국산 장비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통신비 정책도 이런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까지 고려해서 입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단말기 가격 적정성과 관련해 제조사 주요 임원이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박종석 LG전자 부사장과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이 참고인으로 나오며 함께 거론됐던 도미니크오 애플코리아 대표는 최종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통신사 주요 임원도 증인 명단으로 거론됐으나 여야가 최종 증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채택하지 않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