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만병통치약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머니 친구 분이 갑작스러운 구토와 어지러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약을 잘못 먹은 탓이다. 해외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가져온 이른바 `만병통치약` 때문이란다. 두통이 심할 때 한두 번 복용해 효과를 봤는데 그날은 감기몸살 때문에 먹었다가 탈이 났다.

그 약이 두통 전문 약이었는지 엉터리 약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것은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만병통치약`이란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한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일까.

대선 한 달을 앞둔 정치권에도 몇몇 만병통치약이 돌아다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제민주화`라는 만병통치약을 골랐다.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대해줄 명약으로 여겼다.

새누리당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던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몸에 맞지 않은 약을 급하게 복용한 결과는 구토와 복통이다. 민감한 재벌개혁 조치는 최종 발표 단계에서 토해졌다. 이에 반발했는지 정작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한 인물은 발표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진통이 계속됐다.

`단일화`라는 또다른 만병통치약을 집어든 이도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다.

역대 모든 선거에서 단일화는 당선을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꼽혔다. 하지만 모든 만병통치약이 그렇듯이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웃기도 했고 울기도 했다. 잠깐 웃은 뒤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문, 안 두 후보는 만병통치약을 다 먹기도 전에 부작용을 일으켰다. 급기야 복용을 일시 중단하는 극단적인 처방까지 나왔다.

복용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완쾌되더라도 뒤탈이 있을지 걱정된다.

모름지기 약은 잘 알아보고 신중히 먹어야 하는 법이다.

이호준 대선팀 차장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