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감성적 뇌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말한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치우친 비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냉철해야 할 정치적 판단이 특히 그렇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에모리대의 심리학자인 드루 웨스턴은 공화당원 15명과 민주당원 15명에게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연설 내용을 평가하라고 했다. 그 결과 공화당원들은 케리에게, 민주당원들은 부시에게 일방적인 혹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혔음이 분명했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애써 무시하고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웨스턴은 평가 시 실험 참여자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봤다. 확증편향이 발생했을 때 이성과 관련한 영역은 침묵을 지킨 반면에 감정 처리 영역은 활동이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이 부분은 공감, 동정, 수치, 죄책감 같은 사회적 정서 반응과 관련된 곳이었다. 정치 성향이 무의식적 확증편향에서 비롯되며, 확증편향은 정서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웨스턴은 2007년 출간한 `감성적 정치학(The Political Brain)`에서 “정치적 뇌는 감정적이다. 정확한 사실이나 숫자, 정책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기계가 아니다”며 “유권자들이 합리적으로 어떤 결론에 이르리라는 생각으로 선거 전략을 짜면 백전백패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1일 밤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양측 지지자들은 마음이 크게 변하지 않고 처음 마음에 정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확증편향 때문이다. 결국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캐스팅보트(결정권)를 가지고 있다. 누가 이들의 감성적 뇌를 더 자극했을지 궁금하다.

권상희 대선팀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