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5년 전만 해도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본의 전유물이었다. 대부분의 첨단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이 일본 연구보고서와 신문 등에서 소개되고 우리 기술자들은 알맹이는 쏙 빠진 공개된 정보를 이리저리 분석하며 벤치마킹하기 바빴다. 상당수 디스플레이 국제학술회의가 일본어로 진행될 정도로 일본의 위상은 확고했다. 일본 기업의 기술을 전수받는 자체가 한국에서 사업화에 성공하는 보증수표쯤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당연히 제휴 과정에서 불평등 계약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일본 디스플레이 원천기술까지 흡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거처럼 일본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일본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가 기술을 사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한국은 공격적인 투자와 뛰어난 생산기술 인력을 앞세워 디스플레이 강국, 나아가 전자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한국은 수많은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몇 해 전 디스플레이 생산에 관한 한 최고 입지를 구축해 놓았고, 이제 일본 핵심기술까지 흡수해 명실상부한 디스플레이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경쟁국이 주춤하고 있는 지금, 한층 집중해 시장 경쟁력을 기술 경쟁력으로 승화시켜 격차를 벌려 놓아야 한다. 물론 지금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계에서 한국 기술의 위상은 넘버원이다. 막강한 특허로 무장하고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물이 들 때 노를 저어야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투자를 한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 유력 기술 특허 흡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옥석은 가려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최강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겸비해 미래 주도권을 탄탄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