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 무효심판 청구가 크게 늘었다. 특허 등록 이후 3개월간 누구나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한 무효심판 청구가 90% 가까이 급증했다. 무효 심판 인용 비율도 80%에 가까워 반도체 중소기업의 특허 역량이 취약해진다는 우려도 커졌다.
25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회장 권오철)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와 부품소재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특허 무효심판 청구 건수가 지난 2010년에 38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0여건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청구된 무효심판 청구 건수도 30건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이전 10건 미만으로 미미했던 특허 무효심판 청구가 급증한 것은 2006년 3월 이후 등록 특허에 대해 3개월간 누구나 무효심판 청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개인을 대리인으로 외국계 경쟁 업체들이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휘원 반도체산업협회 IP특허지원센터장은 “해외 경쟁업체가 국내 대리인을 통해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특허가 무효가 되는 비율도 80% 선으로 높아 중소업체의 특허 공격과 방어 수단이 사라졌다”며 “반도체 장비 및 부품소재 관련 특허 대부분이 이 같은 무효심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무효심판 청구 급증과 함께 외국계 법인들의 국내 반도체 특허 출원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외국인이 출원한 반도체 관련 특허는 4만2773건이다. 전체 기술분야를 망라해 가장 높은 8.7%를 점유했다. 2위를 기록한 전기기계/에너지 기술 특허(3만3337건)보다 1만건 가까이 많다. 특히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외국인의 반도체 관련 특허 출원은 5.3% 증가해 같은 기간 1.6% 줄어든 내국인의 특허 출원과 크게 대비됐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의 반도체 관련 특허 출원 건수와 점유율은 다른 기술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외국계 장비 업체들이 특허 무효심판 청구 및 특허 출원을 통해 국내 장비업체들의 특허를 사전에 무력화한다”고 분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