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제정 논의 가속…시민단체 등 반발

다음 달부터 시행하려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도입시기가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 7월 공개한 초안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조항들을 수정한 안을 마련했지만, 시민단체와 인터넷·콘텐츠 업계의 반발이 거세 설명과 보완과정을 밟기로 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에서 보고안건으로 상정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보완한 뒤 재 논의키로 결정했다.

일명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으로 불리는 이 기준은 통신사들이 투명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방통위는 통신망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논의한 안은 지난 7월 발표한 초안을 사업자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 것이다.

수정한 안은 사업자는 지속적으로 망 고도화를 하고 이용자 요청이 있거나 DDoS·해킹 등 망 보안성 확보를 위한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트래픽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망 사업자는 트래픽 관리 적용방법과 조건 등을 이용자에게 공개하고 트래픽 관리 정보도 이용자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SMS) 등으로 고지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이번에 마련한 기준을 12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전체회의에서 추가 논의와 보완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정책목표가 옳더라도 시장질서가 깨질 우려가 있는 만큼 반대하는 사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할 예정이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시행해도 별 문제 없는 의견으로 종합됐지만 반대 의견을 듣고 내용을 다듬은 뒤 다시 논의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논의에 대해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등은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며 반발했다.

유승희 의원(민주통합당)은 논평을 내고 “사회적 합의 없는 트래픽 관리기준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기준이 확정되면 영향을 받는 이용자와 콘텐츠·인터넷 사업자들의 우려는 여전히 심각한데, 어떤 우려도 해소된 바 없고 방통위가 노력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 이용자 포럼도 “트래픽 관리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나 의견수렴 절차가 거의 없었다”면서 “내용도 이용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