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저장 성능을 갑절 이상 높인 메모리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자유자재로 휘어지면서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메모리를 만드는 제작 공정 가능성을 열었다.
박철민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유연한 성질을 가진 멀티 레벨 메모리 장치(소자)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멀티 레벨 메모리 소자는 일반 소자가 한 셀(Cell)당 `읽기` `쓰기` 두 가지 상태만 저장하는데 비해 네 가지 이상 상태를 저장할 수 있는 집적도가 높은 고성능 소자다.
박 교수팀은 메모리 개발을 위해 외부에서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전기 양극이 나눠지는 물질인 `강유전체`를 이용했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속도가 빠르고 전원 없이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연한 디스플레이 소자가 활발히 상용화가 진행되는 만큼 유연한 메모리 개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용액공정이 가능하고 유연한 특성을 가진 고분자(유기물)를 이용한 메모리 소자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고분자를 이용해 휘어지는 메모리는 개발됐지만 집적도가 낮다. 고분자를 이용한 저항메모리는 여러 상태를 저장할 수 있는 고집적 메모리 특성을 가지지만 유연성이 없다. 셀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 메모리 소자의 기능을 잃게 된다.
메모리 성능을 나타내는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자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공정 가격이 비싸고 복잡하다. 그러나 박 교수팀은 전압의 크기를 조절해 기존 소자보다 집적도가 높은 메모리를 저렴하고 간단한 용액 공정으로 제작했다.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기존에 개발된 유·무기 복합 메모리 소자보다 더 유연하다.
박철민 교수는 “전압으로 강유전체 고분자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며 “실제 메모리 소자에 적용해 유연한 고분자 메모리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집적도=집적 회로에서 하나의 칩 상에 수용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나 다이오드 등의 소자의 수. 반도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같은 면적(셀)의 칩 상에 탑재할 수 있는 소자의 수가 증가한다. 즉, 집적도가 높아진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