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헬스테크놀로지(HT) 연구개발(R&D)이 범부처 차원의 전략적 기획과 협력 정신 부족으로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분산된 R&D 관리 일원화와 산업성과 창출의 기반이 되는 연구중심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노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 진흥본부장은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21회 HT 포럼` 주제발표에서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에서 별도로 수행하는 보건의료 R&D 관리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기초·개발·응용 등 R&D 연구단계가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분산·중복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처별 보건 의료 R&D 예산현황을 보면 교과부에서 52.3%, 복지부 21.5%, 지경부 13.2%다. 기초R&D 분야는 교과부에서 응용분야는 복지부, 개발은 지경부 예산 비중이 높다.
박 본부장은 해외 사례를 들며 “보건 의료 R&D 집행 구조를 일원화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전체 R&D 예산 312억달러(2011년 기준)가운데 99%인 309억달러를 집행한다. 영국에서는 의학연구위원회(MRC)에서 정부와 독립적으로 의학과 보건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그는 “우리나라도 국과위 생명복지전문위가 있어 보건의료 R&D 예산 배분 조정기능을 수행하지만 역할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전체적인 R&D 투자는 확대돼 학문적 성과는 이뤘지만 산업적으로는 신약 개발, 해외 기술 수출 등 부분적 성과에만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반 과학 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협력 연구 체계가 미비해 의대·병원 임상진료 중심으로 치우쳤다”며 “연구중심 병원과 연구산업 단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중심 병원이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연구소와 산업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가교가 돼 중개·임상연구, 신의료기술 개발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류용섭 국과위 연구개발조정국장도 “기초·기반 분야 기술경쟁력은 향상되고 연구저변은 확대됐지만 아직 실질적 산업화 성과는 미흡하다”며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생명·보건의료 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과위는 HT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의료 제품과 서비스 개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수·복제약 시장에서 벗어난 혁신신약과 바이오의료기기 등 신성장동력 분야를 중점 투자 분야로 선정한 바 있다.
산업별 세계수준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 규모 비교 (단위:조원)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