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바이오` 융합... 신시장 열린다

반도체로 암·전염병 등 질병을 진단하고 항생제 함량을 조절하는 시대가 열린다. 반도체와 바이오 기술은 각각 독자적인 영역에서 발전했지만, 최근 정보기술(IT) 융합으로 경계가 허물어졌다. 바이오 기술은 반도체 미세 패턴 기술로도 적용 가능해 향후 기술 융합이 무궁무진한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업계와 연구기관들은 반도체에 DNA·단백질 활용 기술을 접목, 상업화에 나섰다. 가장 융합이 활발한 곳은 반도체 진단 분야다.

아이엠헬스케어(대표 이상대)는 소량의 혈액으로 암·바이러스를 진단하는 반도체를 개발해 연구소·대학 등에 판다. 암·바이러스 등 물질이 반도체 위 도포된 특정 단백질과 항원·항체 반응하면서 전기신호가 발생하는 원리다. 이 회사는 프라운호퍼·전자부품연구원(KETI) 등 국내외 유명 연구소에 바이오 반도체를 납품했고, 대학 연구소에도 샘플을 공급 중이다.

기존 형광체 시약은 다량의 혈액이 필요하고 한 번 시험에 한 가지 질병 밖에 확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바이오 반도체는 한 번에 두세 가지 질병을 파악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상대 사장은 “경쟁사들이 원천기술 개발 수준에 있는 것과 달리 현재 제품 상용화 단계”라며 “바이오 반도체는 소모품이어서 향후 꾸준한 매출 창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이오·반도체 전문가 권성훈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학내 벤처 콴타매트릭스도 신기술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혈중 단백질 농도를 다중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와 항생제 양을 조절하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국내 기업 및 병원과 신뢰성 검사를 진행한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기대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도 혈액 한두 방울로 30초 이내 암을 진단하는 반도체를 개발했다. 반도체에서 혈구와 혈장이 분리돼 의료진 도움 없이 혈액 진단검사를 할 수 있다. 식품 독소분석도 가능하다.

바이오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미세 패턴을 구현하는 방법으로도 주목받는다. 마쓰시타는 최근 일본 나라선단과학기술대학(NAIST)과 페리틴 단백질을 활용한 메모리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페리틴은 여러 분자가 공 모양으로 구성된 큰 분자다. 페라틴 내부에 지름 7㎚의 빈 공간이 있다. 여기에 금속 이온을 포함한 수용액을 채운다. 실리콘 기판 위에 페리틴 분자를 바르고 자외선으로 단백질을 제거하면 미세 금속 패턴이 구현된다. 미국 캠브리오스도 단백질 구조를 활용한 반도체 미세 패턴 기술을 개발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바이오 기술을 활용하면 미세 패턴뿐 아니라 3차원 구조 반도체도 구현할 수 있다”며 “향후 반도체 마스크·포토 리소그래피 공정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