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이 걱정이세요?

중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받은 18세 A군은 지난해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19세 B양은 동급생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대인기피증상을 보였다. 17세 C군은 학교폭력을 당한 뒤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세 명의 청소년은 최근 상황이 나아졌다.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A군은 복학을 준비한다. 증상이 심한 B양과 C군은 용기를 내 병원 치료를 시작했다. 마음을 할퀸 깊은 상처를 어루만진 매개체는 모두 같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세 명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이용했다. 다음은 지난해 8월 열린의사회의 도움으로 마이피플에 `상다미쌤`이라는 상담 계정을 열었다. 상다미쌤에 참여한 전문 상담사들은 말을 건 청소년에게 따뜻한 격려와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4개월 만에 2만50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상다미쌤에 고민을 털어놨다. 하루 상담 건수는 200명을 웃돈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대화하는 모바일 메신저의 특성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상대를 찾던 청소년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셈이다.

모바일 메신저만이 아니다. 갑자기 지방 발령을 받아 주말 가장 신세가 된 D씨는 위메이드의 스마트폰 게임 `바이킹 아일랜드`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만났다. 여느 부자지간처럼 대화가 없던 두 사람은 게임 속에서 만나 서로를 도우며 부쩍 가까워졌다. 옆에서 볼 때는 아이를 망치는 장본인으로 보이던 스마트폰 게임이 함께 즐기기 시작하자 소통을 돕는 주역으로 탈바꿈했다.

스마트폰이 우리 시대 가장 대중적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대화하고 물건을 사며 TV를 본다. 청소년은 스마트폰 사용 빈도가 더욱 높다. 청소년에게 카카오톡과 애니팡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힘들다.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기성세대는 청소년을 망칠 것이라고 저주했다. `바보상자`는 TV를 조롱하는 단골 메뉴였다. 지금은 어떤가? 막장 드라마와 아이돌 일색의 가요 프로그램을 쏟아내지만 가장 싼 비용의 수능 강의와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도 방영한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방치하면 시나브로 빠져드는 맹독이지만 활용하면 소통과 즐거움의 명약이다. 결국 관건은 기성세대가 `함께` 하느냐에 달렸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도 다양한 레시피를 쓰면 입맛을 끄는 요리 속에 녹여낼 수 있듯이 모바일 메신저와 스마트폰 게임조차 같이 즐기면 최고의 콘텐츠다.

같은 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를, 뱀은 독을 낸다.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개탄하면서 모바일 셧다운제 운운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함께 즐기길 진심으로 부탁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플랫폼 변화의 도도한 흐름은 바꿀 수 없으니 말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