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겨울잠

올 겨울 추위가 그 어느 해보다 매섭다.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따뜻한 집이라는 울타리가 있는 우리 인간들이야 어떻게든 겨울을 나겠지만, 야생 동물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내몰렸을 것이다. 물론 동물들은 혹독한 겨울을 나는 지혜를 본능적으로 안다. 대표적인 것이 겨울잠이다. 춥고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많은 동물들은 잠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한 철을 난다. 온도 변화가 작은 물 밑이나 땅 속에 엎드려 체온을 낮추고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마냥 잠만 잘 것 같은 동물들도 때때로 잠에서 깨어 먹이를 먹거나, 최소한의 활동을 한다. 따뜻한 봄이 올 때를 대비해 체력을 비축한다.

올해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겨울 추위에 버금간다.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적인 전망들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3%로 주저앉았다. 유럽 금융 위기에 따른 불안정성도 여전하다.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 실제 현장에선 경기 회복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바짝 엎드려 겨울잠에 들어간 형국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따뜻해질 봄을 대비해 체력을 만드는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벤처기업까지 끊임 없이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언젠가 세계 경제에 봄이 온다. 그 때 과실을 따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극명히 엇갈릴 것이다. 기업 간 극심한 부침이 일어날 것이다. 언제나 정상을 지킬 것만 같던 기업들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지켜보았는가.

첨단 기술로 먹고 사는 기업들에게 추운 겨울을 버티는 힘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자기 혁신이다. 지금같은 불황에 크게 떠들 수는 없다. 조용히 겨울잠에 들어가는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