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5` 판매 부진을 내세워 일본 협력업체에 발주한 부품 납품량을 절반으로 축소한다. 재팬디스플레이·샤프 등은 감산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애플이 신뢰관계를 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14일 니혼게이자이는 애플이 올 1분기(1~3월) 일본 디스플레이업체들에 6500만대 아이폰용 소형 패널 납품을 요청했지만, 최근 이 수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5용 패널은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와 샤프, 우리나라 LG디스플레이 3개사가 대부분을 공급한다.
애플의 1위 협력사인 재팬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부터 노미, 가와 공장 2곳에서 패널을 생산 중이다. 노미 공장 투자액 대부분을 애플이 부담했다. 모든 생산라인을 풀가동했던 지난해 10~12월과 달리 당장 이달부터 생산량이 70~8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가와 공장은 다른 품목으로 생산라인 전환 작업에 착수했지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애플의 주문량 감소는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는 아이폰5용 패널 생산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가메야마 1공장을 풀가동했다. 그러나 애플 조치로 생산량이 지난해 10~12월에 비해 4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는 애플 제품 이외에 중소형 패널을 생산하는 가메야마 2공장에서 노트북용 수요를 개척해 매출 감소를 보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 소니, TDK, 무라타제작소 등 애플에 메모리반도체, 배터리 전원코일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도 주문량이 줄자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5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40%가 일본산이다.
아이폰5는 지난해 9월 말 나온 처음 사흘 동안 500만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롱텀에벌루션(LTE)을 유럽에서 지원하지 않는데다 인도 등 신흥국에서 구형 모델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면서 판매량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일본 협력업체 발주량 감축도 같은 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 협력사 한 관계자는 “아이폰용 부품 공급이 1월부터 반 토막났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일본 부품업체들이 공급처를 다원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과의 협력관계를 지렛대로 사업을 확대해왔지만 타 제조업체의 수요도 채울 수 있도록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