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존치를 당론으로 확정한 민주통합당의 결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방송통신 융합 진흥과 규제 분리 등 정부조직 개편에 대립하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집단이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비난했다.
한국인터넷정보학회(회장 이봉규 연세대 교수), 지속가능과학회(회장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등 47개 기관은 5일 ICT 정책 통합을 담보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1개 학회와 8개 포럼, 5개 연구회, 13개 협회 등 47개 ICT 학회·단체장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 전담차관이 ICT 정책을 통합적으로 담당하게 된 것을 전향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ICT 생태계 분산 시도와 방통위 존치 결정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난했다.
전날 유승희 의원 주도의 민주당은 “방송 관련 정책은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해 순수 통신 진흥업무만 미래부로 이관하고 진흥과 규제가 혼재하는 방송통신 융합 부문은 방통위에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ICT 전담부처 신설을 주장했던 것을 사실상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일부 다른 의원도 IT강국 부활을 위해서는 ICT 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동조한 바 있으나 정권교체에 실패한 뒤 소신을 뒤집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봉규 회장, 문형남 회장 등은 “ICT 정책 기능을 여러 부처로 다시 분산하려는 행위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면서 “어렵사리 ICT 생태계를 묶자고 한 상황을 정략적으로 접근해 뒤집자고 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이 불과 2개월만에 대선 공약 자체를 스스로 폐기했을 뿐만 아니라 방통위 존치를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상식 이하의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통신 진흥 업무를 제외한 지상파와 유료방송, 뉴미디어, 융합서비스 등 방송정책 뿐만 아니라 통신규제 정책을 방통위 관할 업무로 확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즉, 방통위를 존치함으로써 친야 성향의 언론단체와 협력, 민주당이 방송에 대한 장악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문형남 회장은 “민주당은 대선 당시 공약 이행을 약속하는 매니페스토 협약을 파기했다”며 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은 대선 당시 방통위의 과도한 독임제 요소를 청산하고 합의제 원칙에 부합하도록 위원회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ICT 정책 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할 업무를 최소화 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흥 및 융합 관련 부문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을 중점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방송 규제 정책은 언론 자유와 미디어 공공성을 위해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합의제 기구가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대선 공약을 번복한 민주당이 ICT 정책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여론마저 외면할 경우에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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